中 푸젠성 격리호텔 붕괴…중국 격리 한국인 1083명 안전한가

입력 2020-03-08 17:48 수정 2020-03-08 20:20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 코로나19 격리호텔 붕괴 현장.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시설로 활용되던 중국 푸젠성의 한 호텔이 무너져 70여 명이 매몰돼 10명이 숨졌다.

격리 호텔 붕괴로 현재 중국 전역에 지정 격리된 한국인 1000여 명의 안전 문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15분쯤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있는 7층짜리 신자 호텔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격리 대상자와 의료진을 포함해 71명이 매몰됐으며, 8일 오후 4시 현재 48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10명이 숨졌고, 38명은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나머지 매몰자 23명에 대해서는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물이 붕괴하기 직전 현장을 피한 8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작업 과정에서 2세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구출돼 소방관의 품에 안겨 구급차로 옮겨지는 장면도 보였다.

건물은 순식간에 붕괴됐다. 신자 호텔 옆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5분 54초쯤부터 진동과 함께 붕괴가 시작돼 완전히 무너지는데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집에 있는데 갑자기 큰 폭발음이 나 베란다로 나가보니 맞은편 호텔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고 말했다.
푸젠성 격리 호텔 붕괴 현장에서 구조되는 아이.웨이보캡처

붕괴된 신자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100위안(약 1만7000원)가량으로 저렴하며 저장성 원저우 등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많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격리하는 시설로 활용됐다.

과거 호텔 건물에 입주했던 한 회사 관계자는 붕괴 사고가 무리한 증축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고 건물이 지어진 2013년에는 1층과 7층 외 나머지 층은 완전히 비워진 상태였는데, 2017년부터 증축 공사가 진행돼 2~6층 공간에 66개의 객실을 갖춘 신자호텔이 새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는 호텔 증축 공사 과정에서 7층 사무실 유리창이 여러 장 깨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특히 사고 당일 호텔 건물 1층의 6개 점포 가운데 슈퍼마켓이 있었던 2칸의 빈 점포에서 개조 공사를 하던 현장 근로자들이 기둥 변형 현상을 발견했다.

이들은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 현상이 발견됐다고 알렸지만, 불과 3분 만에 호텔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현지 당국은 건물의 결함 또는 무리한 개조 공사가 붕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건물주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푸젠성 격리 호텔 붕괴 현장. 웨이보캡처

취안저우시에는 한국인 3명도 격리돼 있지만, 신자 호텔에서 30㎞가량 떨어진 밍리 호텔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3명은 대부분 교민 사업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난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한국인 1083명이 지정된 호텔 등 ‘집중 관찰 시설’에 격리돼 있다. 하루 전보다 225명 늘어난 규모다.

취안저우시에서 격리 중인 한국인 사업가 박모씨는 매체 인터뷰에서 “멀쩡한 호텔이 어떻게 순식간에 붕괴했는지 깜짝 놀랐다”며 “지금 있는 호텔도 낙후돼 있어 자가 격리 전환을 도와달라고 영사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의 여건은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은 손님이 없어 거의 비어 있는 5성급 호텔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냉난방이 안되거나 청결 상태가 열악한 3성급 호텔을 ‘징발’해 격리된 교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광저우와 선전 등 광둥성에서는 호텔 시설이 열악해 격리 교민들이 천식과 비염 등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광둥성 정부가 광저우 총영사관과 협의해 지난 6일부터 한국인들을 모두 자가 격리로 전환토록 했다.

외교 소식통은 “지방 정부가 예산 문제 때문인지 수용 인원이 늘어난 지역은 저렴한 호텔을 격리 장소로 정해 교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위험국가 뿐아니라 중국인도 같은 입장이지만, 교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