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100개국을 넘어서면서 세계 절반이 ‘노 코리아’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정부는 방역 능력이 열악한 국가를 중심으로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호주마저 빗장을 걸면서 외교력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또는 한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한 국가는 8일 오후 2시 기준 103개로 집계됐다. 외교부가 지난달 23일 처음 공식 집계할 당시에는 13개국에 불과했으나 보름 만에 8배 가까이 폭증했다.
정부는 입국 금지가 방역 능력이 뒤떨어지는 국가들이 취하는 조치라고 설명해왔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스로 방역할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청와대가 8일 “한국에 입국 금지·제한·절차 강화 조치를 취하는 나라 중 상당수는 몰디브 같은 관광국가이면서 자체 방역역량이 떨어지는 나라”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방역 선진국이면서 한국과 교류가 많은 일본과 호주가 잇따라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정부의 설명도 무색하게 됐다. 특히 일본이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한국인 관련 조치를 한 것 역시 결국 정부가 외교역량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여지를 준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일본은 지난해 7월1일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도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취한 바 있는데, 똑같은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된 데 대해 우리로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의 입국 제한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일본의 기습 조치에 피해를 입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유학생과 주재원, 여행객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입국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나라가 100개국을 넘어서면서 우리 국민이 많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로서도 외교 노력 부재에 대한 지적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입국 규제 국가가 늘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동시에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교 방향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금처럼 정부의 방역 노력을 알리는 외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입국 금지 혹은 제한 조치는 각국이 방역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임성수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