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국으로 번진 코로나…미국·유럽 ‘이제 시작’

입력 2020-03-08 17:39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의 도시.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발원지인 중국은 서서히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제는 미국·유럽에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8일 기준 100개국을 넘어섰고 누적 감염자는 10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밀라노·베네치아를 포함해 사실상 북부 전역을 봉쇄했다. 전날 대비 하루만에 확진자 수가 1247명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북부 11개주에서 ‘레드존’이 확대됐다. 밀라노가 속해있는 이탈리아 코로나19의 발원지 롬바르디아주는 주 전체가 봉쇄됐다. 대상 인구만 16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외 국가 중 가장 광범위한 봉쇄 조치다. 중국의 우한 봉쇄처럼 이동을 완전 제한하는 것은 아니나 가족을 만나거나 업무 목적의 일이 아니면 봉쇄 지역에 들어갈 수 없다. 봉쇄 지역 주민들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타 지역으로 갈 수 있다.

밀라노 등 북부 지역은 이탈리아의 경제 엔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봉쇄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경제를 희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주변 유럽 국가들도 초비상 사태다. 프랑스에서는 하루 새 확진자가 300명 가까이 늘어 총 1000명에 근접했고, 독일에서도 130명이 추가돼 총 800명으로 집계됐다. 스페인은 현재까지 52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스위스와 영국은 누적 확진자가 200명을 넘었고, 네덜란드·노르웨이·벨기에·스웨덴도 150명 이상이 감염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31개 주로 번졌다. 현재까지 444명이 감염됐고 19명이 숨졌다. 미국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에서도 첫 코로나19 ‘추정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 추정 양성은 주 단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났으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은 단계를 의미한다. 미 보수진영이 지난달 26~29일 워싱턴과 근접한 메릴랜드주에서 개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중에도 확진자 1명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다만 백악관은 “두 사람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크루즈선 감염 공포도 고조되고 있다. 미 당국이 이미 2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미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 35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 감염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당수 지역에서 비싼 검사비와 부족한 검사 장비 탓에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