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원칙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일본의 불합리한 정책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정치적·감정적으로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몇몇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엔 입을 닫거나 감싸고 있으면서, 일본만 비난하고 있다고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투명성-개방성-민주적 절차라는 코로나19 대응 3원칙에 따라 일본에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우선 우리 정부의 일본인 입국 기준 강화를 두고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나라를 대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몰디브 같은 관광 국가이면서 자체 방역 역량이 떨어지는 나라들”이라며 “이들 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일본과 같이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 따라서 그런 국가들에 대해선 일본과는 달리 상응하는 조치가 긴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일본은 14일간의 한국인 격리 조치 외에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기 발행된 비자의 효력까지 정지했다”며 “일본은 한국에 대해 이런 과도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지난해 7월1일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도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취한 바 있는데, 똑같은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된 데 대해 우리로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로 인해 우리 유학생 1만7000여 명과 주재원, 여행객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 상황”이라며 “우리 국민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비자 면제 정지 등의 상응 조치를 취한 것은 일본만 비난한 것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일본과는 다른 절제된 대응안을 채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일본처럼 국내 입국자 14일 지정장소 대기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일본을 특정해서 지정한 것도 아니다. 이미 중국에 적용하고 있는 절차”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3원칙에 입각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초강경이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이런 비상한 국면에서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방역에 온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대변인이 직접 서면을 낸 것은 야권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는 유하고, 일본에만 강하게 반응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들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한 일본 정부에 대해 “외교적 결례를 넘은 국가 무시나 다름없다”면서도 “그런데 우리의 반응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중국 정부에게는 한 마디 못하더니 일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5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할 것과 무비자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무비자 입국 금지 및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등을 결정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