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강제징용에 코로나 갈등까지 ‘3중고’ 맞는 한·일관계

입력 2020-03-08 17:22

한국과 일본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상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 관계가 또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에 이어 ‘코로나 리스크’까지 드리워지면서 올해 역시 양국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는 영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재개했다. 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정책 대화 미개최, 캐치올 통제 미흡, 한국 수출통제 인력 취약성 등의 근거를 내세우자 이를 모두 개선하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정책 대화 재개와 법 개정과 전략물자관리원 인력 보강 등 일본이 수출규제 근거로 내세웠던 점들은 모두 개선됐다는 점을 부각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시간 넘게 이어진 정책대화에서 당시 양국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와 별도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려는 노력 역시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일본과 외교적 소통을 통해 여러 방법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차가 크다. 절충안 모색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 입국 제한 방침까지 겹치면서 양국 관계는 개선 기미를 잃게 됐다. 특히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대화 개최 직전에 입국 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담 전부터 김이 새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조치로 인해 일본의 경제산업성 관계자들도 서울을 왔다 가면 2주간 격리된다”며 “제3국 개최 등 여러 옵션을 검토한 끝에 영상회의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수출 대화를 연기하지 않은 것은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을 최대한 살려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양국 간 핵심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 대화를 열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