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마요르카)이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의 무대였던 스페인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인으로선 7번째다. 패스 축구의 본고장 스페인에서 꼭 맞는 옷을 입은 ‘패스 마스터’ 기성용은 첫 경기부터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기성용은 7일(한국시간) 스페인 에이바르에서 열린 에이바르와의 리그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마요르카가 2-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교체 투입돼 팀의 2대 1 승리에 기여했다. 2009년 유럽 무대에 진출해 총 306경기 27골 30도움을 올린 기성용은 라리가 첫 경기에서 팀의 올 시즌 원정 첫 승리(1승2무10패)의 기쁨을 함께 맛봤다.
기성용은 잉글랜드에선 후방에서 볼을 전개하는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부여받았다. 이날은 달랐다. 5-3-2 포메이션의 미드필드 자리에서 후반 39분 첫 터치를 한 기성용은 상대 진영에서 볼을 이어받아 적극적인 키핑을 펼쳤다. 상대 3명의 압박을 이겨내고 파울까지 얻어낸 뒤엔 팀의 전담키커로 나서 프리킥을 처리하기까지 했다.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은 “과감하게 윗선까지 올라가 상대 볼을 끊고 패스하는 플레이가 돋보였다”며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패스의 기점으로서 경기를 풀어가는 적극성이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성용은 앞으로도 중원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마요르카엔 미드필드의 중추에 살바 세비야(36·스페인)와 이두리스 바바(24·가나)가 활약 중이다. 세비야는 킥 감각과 연계 플레이가 좋지만 나이가 많다. 바바는 거친 플레이와 압박이 좋지만 팀에 대체 선수가 없다. 기성용은 이 둘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섬세한 패싱력과 피지컬을 두루 갖추고 있다.
다만 좀 더 적응이 필요할 전망이다. 기성용은 후반 41분 볼 컨트롤 미스로 볼을 내줬고, 2분 뒤엔 동료와 시도한 이대일 패스가 실패하는 등 아직 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라리가가 한국 선수들이 고전해온 대표적 무대인 것도 완전한 낙관을 할 수 없는 이유다. 기성용 이전에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누만시아), 이호진(라싱),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가 라리가 무대를 경험했지만 탁월한 성적을 거둔 선수는 없었다.
라리가 첫 문을 연 이천수는 두 시즌 간 36경기를 뛰고도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박주영도 25경기를 뛰고 4골 1도움에 그쳤다. 이강인도 올 시즌 18경기 1골로 고전하고 있다.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은 “스페인은 영국과는 달리 세밀하게 빌드업해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축구를 지향한다”며 “성용이는 패스 같은 기초 실력이 워낙 튼튼하고 해외 경험이 많은 세계적인 선수라 저를 포함해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뛴 어떤 선수들보다 적응을 잘 할거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