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을 예고했지만 불안한 시민들은 휴일인 8일에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5부제가 시행한다 해도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데다 당장 하루 이틀을 버틸 여분의 마스크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형약국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에는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약국이, 언제 마스크를 판매하는지 알 수 없어 “마스크 판다”는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우르르 휩쓸려 다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오전 9시쯤 마스크 2장을 손에 쥐고 약국을 나선 명재학(75)씨는 “(1945년생이라) 5부제가 시행되면 금요일에나 마스크를 살 수 있는데, 집에 남아있는 마스크가 한 장도 없다”며 “오늘 못 샀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명씨의 코와 입을 가리고 있는 하얀색 일회용 마스크는 군데군데 까맣게 때가 탄 상태였다. 그는 이 마스크를 나흘째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침부터 종로5가의 약국을 훑다시피 해 마스크를 구한 주모(65)씨도 “오늘 못 사면 목요일까지 집 밖에 나오지도 못할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모두가 명씨나 이씨처럼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약국마다 공적 마스크 입고 시각 및 물량이 제각각이라 혼란은 계속 됐다.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리가 들리자 순식간에 30여명이 줄을 섰다. 결국 마스크 150장이 판매 10분 만에 동이 났다.
약국 개점 시간에 맞춰 왔음에도 마스크 구입 여부가 ‘복불복’인 상황이 계속되자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온 30대 박모씨는 “아침 8시부터 문을 연 약국은 전부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30분 넘게 종로5가를 헤매던 40대 주부 이모씨도 “아이 둘에 친정 부모님까지 여섯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데, 1인당 일주일에 2장으로 어떻게 버티라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다음 약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씨는 결국 10여분 후 빈손으로 지하철역에 들어갔다.
약사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한 약사는 “우리도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가 없는데, 손님들이 다짜고짜 왜 마스크를 안 파느냐고 소리를 지르곤 한다”며 “판매 가능 시간을 미리 알려드리면 좋은데, 지금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약사들은 5부제가 시행되면 ‘본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약사 김모(61)씨는 “그동안은 약국 영업이 사실상 마비상태였다”며 “5부제가 시행되면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사람만 올테니까 의약품 판매와 복약 상담 등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른 약사 황모(72)씨는 “내일부터는 오전 11시에 마스크를 일괄 지급한다고 하니 한 번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