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발(發) 경제 공황 오나…과거와 다른 ‘코로나19’ 공포

입력 2020-03-08 16:5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판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마저 ‘코로나19 쇼크’에 전염되면서 실물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탓이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로 인해 미국 뉴욕 증시는 하루에 4~5%씩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고, 안전 자산을 찾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거라는 우려는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8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세계 GDP가 최대 2조6810억 달러(3197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GDP가 올 4분기에나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을 상정한 결과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GDP 성장률을 속속 낮춰 잡았다. 중국( 5.7%→4.8%)과 한국(2.1%→1.1%), 싱가포르(1.4%→0.0%) 등 국가의 성장률이 1% 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일본은 0.1%에서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거라고 내다봤다.

세계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판데믹으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50bp(1bp=0.01%)나 인하하면서 채권 금리 하락(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었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일(현지 시간) 0.77% 수준까지 내려갔다. 향후 코로나19 파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미 연준이 금리를 50bp 추가 인하할 거라는 관측이 시장을 지배하면서다. 채권 금리(수익률)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코로나19가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사태와 다르다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통상 감염병은 사태가 진정된 후 경제가 ‘V자’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경제 주체들이 미뤄둔 소비와 투자 등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발병 초기엔 중국이 조만간 대규모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경우 세계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V자 반등’은 지연되거나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감염자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회복 시점 예측도 1분기에서 2분기로, 2분기에서 4분기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 “올해 4분기 되어야 경기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V자 반등’이 아닌 ‘U자형’ 회복을 예측했다.

과거와 달리 정책 여력이 없다는 점도 두려움을 키운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는 코로나19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문제도 있어 통화정책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국의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혹은 제로 수준까지 낮아져 추가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주요국이 재정정책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서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많은 나라들이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정책도 미국의 경우 여력이 없어 빠른 대응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양민철 전슬기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