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감염자의 확산세와 불안심리를 얼마나 빨리 차단하느냐에 따라 경제 회복 속도도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향후 기후변화 등으로 전염병과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체계적인 재난대응시스템의 필요성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8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보고서를 냈다. 2000년 이후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 사례를 분석했다. 사스(SARS·2003)와 메르스(MERS·2015), 에볼라(2014~2016) 등 전염병과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 동일본 대지진(2011), 남아시아 지진해일(2004)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집계에 따르면 이들 전염병의 경제적 손실액은 사스가 400억달러, 메르스(국내)가 2조3000억원, 에볼라가 220억달러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전염병은 스페인독감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적·물적 자본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직접적인 인적·물적 자본손실을 초래해 생산활동을 저해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것과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보고서는 이어 “자연재해는 피해시설의 복구 정도에 따라 경제 회복속도가 상이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염병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사스는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인접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집중적인 확산 기간은 2003년 2분기 정도에 그쳤고, 국내 메르스도 확산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거래처를 다변화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재난에 따른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