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지 50일째, 기업들은 매출 감소·원자재 수급차질·수출 어려움이라는 ‘3중고’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늘 길을 닫으면서 항공업계의 매출 손해는 5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한 자금·방역용품·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대책반’을 가동해 전국 73개 지역상의 등을 통해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 357건을 접수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애로는 ‘매출 감소’(38.1%)였다. 이어 ‘부품·원자재 수급’(29.7%) ‘수출 어려움’(14.6%) ‘방역용품 부족’(5.3%) ‘노무인력 관리’(4.8%) 등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중국과의 거래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공단·제조업 밀집 지역인 경기, 경남, 경북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이 많았다. 중국과 거래하는 경기도 반도체장비업체 A사는 매출이 15%이상 감소했다. A사 관계자는 “설계를 하려면 출장을 반드시 가야하는데 중국 입국이 제한되면서 발이 묶였고 30~40개 협력사까지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 지역에서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 중 47%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에서 중국 기업과 거래하다 보니 이중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 건설자재업체 B사는 중국 칭다오공장 직원이 자택격리돼 공장 관리와 해외 영업에 애를 먹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자재로 물건을 만들어서 유럽·미국에 수출하는데 원자재 수입이 안 되니 수출 물량까지 줄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대구 자동차부품 C사는 생산 현장에 마스크를 공급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1인당 2매씩 마스크를 사서 어떻게 현장 근로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겠냐. 마스크를 못 쓰는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항공업계와 서비스업계 타격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는 2~6월의 매출 손해가 최소 5조875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국제선 이용자 수는 65만26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 줄었다. 국제선 여객 감소율은 2월 2주차(-46.1%), 3주차(-54.3%)에 이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으로 ‘자금 지원’(35.1%)을 가장 많이 바랐다. 이어 ‘마스크 등 방역용품 지원’(18.8%) ‘세금감면 등 세제 지원’(13.4%) ‘고용유지 지원’(10.9%) 순으로 원했다. 상의에 따르면 기업들은 근무 가능 인력을 모두 가동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 방식을 건별 인가에서 선제적 도입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기업의 피해 입증이 까다롭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 식자재를 납품하는 부산 요식업체 D사는 개학 연기로 3월 매출에 큰 타격이 있어 정부에 긴급경영자금 지원을 문의했다. 그러나 “매출이 없으면 기업 활동이 없는 것이므로 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며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의 피해 규모와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지원이 ‘올인원(all-in-one)’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지역·업종별 대책 외 자금 지원, 세제 감면, 각종 부담금 납부 연기 등 지원 조치가 한 번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주화 안규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