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안되는 분양 3분의 1 넘어…청약도 만만치 않네

입력 2020-03-08 16:25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뉴시스


지난해 분양된 서울 지역 아파트 중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비중이 3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분양가를 전액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늘면서 현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고가 아파트를 청약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7967가구)과 지난해(1만4321가구)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총 2만2288가구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2.8%였던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지난해에는 35.2%로 크게 늘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이 금지된 상태다. 청약 당첨자가 분양가 전액을 대출없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은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해 분양된 서울 아파트의 60%만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던 셈이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지역 집값은 꾸준히 오르면서 9억 초과 15억 이하 구간 아파트도 꾸준히 늘었다. 특히 중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비강남 지역 분양가는 더 높아졌다. 동작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2018년 3.3㎡당 평균 2207만원에서 지난해 2873만원으로 38.3% 올랐다. 성북구도 2018년 3.3㎡당 평균 1803만원에서 지난해 2392만원으로 32.7% 상승했다. 이밖에 강서구와 동대문구, 구로구도 20% 이상 올랐다.

반면 강남 3구 분양가가 떨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끌어내렸다. 강남 3구 평균 분양가는 2018년 4373만원에서 지난해 2877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분양가도 2018년 3.3㎡당 2804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614만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호반써밋송파2차와 계룡리슈빌퍼스트클래스 등의 중대형 아파트도 9억∼13억원대에 분양되면서, 9억원~15억원대 아파트 물량을 늘리는 데 힘을 보탰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늘어나 청약 당첨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지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시세차익으로 인해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무주택자로 오랜 기간 살아온 현금 부자들에게 로또 아파트 당첨 기회가 돌아가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