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본 입국제한 조치에…“어렵게 들어간 회사 잘릴 판”

입력 2020-03-08 16:12 수정 2020-03-08 18:01
김포국제공항에 8일 일본행 출국수속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창구에 줄지어 서 있다. 정우진 기자

“어떻게 구한 일자리인데…. 갑작스러운 일본 입국 제한 조치에 다 날아가게 생겼어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의 한 IT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한 이모(25)씨는 지난 6일 회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정부가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취업비자 심사 업무가 무기한 보류됐다는 내용이었다. 3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4월부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시작되는 사내 연수 참석조차 불투명해졌다. 계약금까지 미리 치러둔 도쿄 현지 숙소도 해약해야 할 판이다.

이씨가 더 두려워하는 것은 입국 제한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다. 사측은 10월까지 사태가 완화되지 않아 일본으로 입국하지 못하면 ‘자동 퇴사’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알려왔다. 이씨는 초조한 마음으로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한국정부도 맞대응하면서 당분간 사태가 양국간 외교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그는 8일 “지난 1년 내내 토익과 일본기업 인적성검사(SPI) 시험을 준비하며 어렵게 구한 일자리인데, 일도 못 해보고 퇴사하게 생겼다”며 “양국간 불화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음달부터 일본 대학에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유학생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8일 오전부터 김포국제공항에는 일본의 강화된 입국 제한 조치가 시행되는 이날 자정 전에 서둘러 일본으로 출국하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항은 한산했지만 일본행 창구에만 40~50명이 몰려 북적였다. 대부분 일본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조치를 피하려는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리츠메이칸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주민(23)씨는 “4월 초에 출국하려다가 뉴스를 보고 지난 6일 급하게 항공권을 구매했다. 5일 13만원이던 항공권이 하루만에 23만원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김씨를 배웅나온 어머니 유승희(53)씨는 “일본에 입국을 무사히 한다 해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부모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유학비자조차 아직 발급받지 못한 일본 신입 유학생들은 걱정이 더 크다. 올해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모(21)씨는 “18일부터 기숙사에 입소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입국 제한 발표가 나는 바람에 7일 새벽 부랴부랴 항공권을 구매해 출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입국 후에도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신입생들은 일본 유학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업무가 지연되면 일본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몰라서 걱정된다”며 “아직 일본정부에서 입학허가를 확정해 주지 않아 유학생들에 대한 추가 발표가 있을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