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방식보다 ‘행정조사 참여’ 형식을 택한 데에는 자료 확보의 효율성 이외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경험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디지털 증거능력이 법정에서 첨예한 이슈가 됐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총괄한 경험이다. 형사적 절차인 압수수색을 할 경우 방역 당국의 행정에 협조하는 자료 제공 폭이 제한되지는 않을지, 위험부담까지 판단한 결과라는 얘기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신천지 집회 출입기록 확보 방안을 문의하기 이전부터 대검 내부에 행정조사 형식에 대한 분석을 지시한 상태였다. 강제수사 성격인 압수수색과 비교할 때 행정조사가 갖는 장점과 단점, 압수수색과 행정조사 시 얻을 수 있는 자료의 범위 비교 등을 보고토록 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만일 방역 당국이 행정조사 방식으로 신천지 내부 자료에 접근할 경우 어떤 법령을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토록 지시했다.
세부적인 지시들의 배경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집한 디지털증거들의 증거능력이 향후 법정에서 다각도로 쟁점화한 것을 윤 총장이 누구보다 깊이 체험했다는 뜻이다. 윤 총장은 2013년 4월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수사했다. 당시 의혹의 핵심이던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을 두고 법정에서는 공방이 치열했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름과 업무지시가 담긴 ‘425지논’ ‘씨큐리티’라는 텍스트 파일을 국정원 직원의 ‘내게 쓴 편지함’ 이메일 속에서 발견했다. 본인이 본인에게 보낸 이메일에 담긴 파일인 만큼 국정원 측의 작성이 입증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은 이 문서파일이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증거'에 해당하는 만큼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진정함을 밝혀야만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원 전 원장의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 등 우여곡절이 있어야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디지털증거능력 문제는 검찰 내에 ‘증거법연구회’가 조직되게 하는 등의 파장을 낳았다. 이 같은 경험을 해온 윤 총장이 누구보다도 먼저 압수수색 자료의 공유 문제 등에 대해 “위험 부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압수수색에 비해 행정조사 방식을 택하면 이점도 있었다. 추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방역 당국의 자료 확보 범위도 보다 폭넓으며, “압수수색 방식으로 우회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방역 당국의 행정에 도움이 되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마스크 매점매석 사기, 방역 당국 허위 진술 등의 사건 수사지휘를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총리실에 파견돼 있던 검사를 통해 중대본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윤 총장의 아이디어였던 행정조사 방안 역시 검찰이 먼저 중대본에 제안한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가 감염병 사태를 겪을 때 필요한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법에 부합하면서도 효율적인지 문제에 대해 법률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