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사법농단 1심 다 무죄니 풀어달라”…10일 보석심문기일

입력 2020-03-08 15:52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법관 기피 신청으로 9개월간 재판이 중단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9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다시 선다. 지난해 5월 30일 마지막 재판이 열린지 285일 만이다. 다음 날에는 임 전 차장 측이 “사법농단 1심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으니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낸 보석 허가 청구에 대한 심문기일이 열린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보석 허가 청구서를 내면서 ‘최근 직권남용이 쟁점이 됐던 사법농단 1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으니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전 차장의 보석심문기일은 오는 10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임 전 차장 측은 일선 법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정보 등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각각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점을 보석 허가가 필요한 사유로 적시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들의 직권남용죄 범행 구조가 자기 사건과 유사한 만큼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주장을 보석심문 때 펼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임 전 차장 측은 대법원이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건에서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점도 보석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아울러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다른 전현직 법관들이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으니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남은 구속기간 동안에 어차피 1심 재판을 끝내기 어렵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을 풀어줘야 할 새로운 사유가 발생한 것이 없고, 오히려 재판이 멈춰 있는 동안 주요 공범인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장기간 구속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본인이 법관 기피 신청을 해서 구속기간이 정지된 것”이라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은 1년 4개월을 넘어섰다. 그는 2018년 10월 27일 ‘사법농단 사건 1호’로 구속됐고 같은 해 11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의 1심 구속기간인 6개월이 만료되기 전날인 지난해 5월 13일 구속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은 6개월이 더해졌다.

게다가 임 전 차장이 지난해 6월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면서 수감 생활은 더 길어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 기피 신청이 있을 경우 공판 절차를 정지시키고 그 기간을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거부됐고, 대법원은 지난 1월 30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