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은 ‘자객공천’…김태호·홍준표는 ‘무소속’ 출마 초읽기

입력 2020-03-08 15:36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오후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 험지나 전략 공천으로 거취가 정리되면서 ‘공천 칼바람’이 현실화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잠시 떠난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며 4·15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공천 신청을 했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은 현역 강석진 의원과 신성범 전 의원이 경선한다.

김 전 지사는 “당 공관위에서 참 나쁜 결정을 내렸다. ‘큰 정치인은 고향발전을 위해서 일할 수 없다’는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인가”라며 “무소속 출마는 상상도 못해봤는데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당을 잠시 떠나려 한다. 반드시 당으로 돌아가 무능한 현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창출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38년 공직생활 동안 불의와 협잡에는 굴하지 않았다. 이번 (경남) 양산을 공천 심사는 불의와 협잡의 전형”이라며 “불의와 협잡에 순응하는 것은 홍준표답지 않은 처신”이라고 남겼다. 그는 9일 양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출마를 준비했지만 당 안팎의 ‘험지 출마’ 요구가 잇따르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양산을 출마로 선회했고, 최종적으로 공천을 받지 못하며 컷오프됐다.

4선의 주호영 의원은 당초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 출마를 신청했지만, 김부겸 민주당 의원의 수성갑에 전략 공천됐다. 비교적 여당 지지세가 강한 수성갑에서 1석을 더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김 의원을 저지하기 위한 ‘자객 공천’의 성격이 강하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컷오프 문턱까지 갔던 3선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과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갑)은 각각 서울 중랑을과 동대문을 경선 명단에 포함됐다. 중랑을은 재선의 박홍근 민주당 의원, 동대문을은 3선 민병두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다만 민주당은 해당 지역 공천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기존 지역에서 험지로 지역구가 변경돼 공천을 받은 중진 의원도 상당수다.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의원은 서울 강남갑에서 경기 광주을로, 안상수 의원은 인천 중동강화옹진에서 인천 미추홀을로, 정우택 의원은 충북 청주상당에서 청주흥덕으로 공천됐다. 이언주 의원은 당초 부산 중·영도를 노렸지만 부산 남을에서 공천을 받았다. 서울 양천을의 김용태 의원도 구로을에 전략 공천되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맞붙게 됐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