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날 때까지 쉬어” 무급휴가 갑질도 폭증

입력 2020-03-08 1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직원들에게 무급 휴직이나 연차 소진 등을 종용하는 ‘갑질’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7일에 접수된 직장 갑질 제보 773건 중 코로나19와 관련된 제보가 247건(32%)으로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8일 밝혔다.

단체 측은 “코로나19 관련 갑질 제보는 2월 하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이달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관련 제보 중에는 무급휴가 강요가 109건(44.1%)이 가장 많았다. 연차를 강요하는 사례도 35건(14.2%)으로 집계됐다.

기타 불이익은 57건(23.1%)으로 오히려 일이 많다고 연차를 못 쓰게 하거나, 위험이 큰 지역으로 업무를 배치하는 경우, 보호장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됐다.

항공사 외주업체에서 근무하는 제보자 A씨는 “회사가 무급휴가와 권고사직을 권하면서 사태가 진정되면 복직해주겠다고 회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권고사직서나 무급휴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 악화 등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한 휴직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를 휴직급여로 지급해야 한다.

교육부의 ‘휴원 권고’로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쉬고 있는 학원 강사의 제보도 있었다. 이 경우 학원강사가 원장과 근로계약서를 쓰고 고용보험료를 납입해왔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자영업자로 분류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 지원금 신청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만 가능하다.

직장갑질119는 “그동안 고용보험 취득 신고도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타격이 심각하다”며 “특수형태 근로자는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인 만큼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수준의 긴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