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조국 前 장관, ‘코로나’ 여론전으로 부활?

입력 2020-03-08 14:28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페이스북을 재개하며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조 전 장관은 우리 정부가 코로나19에 맞서 철저한 방역에 나서고 있고, 외국 매체가 우리 정부의 대처를 칭찬했다는 내용 등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로키 행보를 보였던 조 전 장관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해에 맞서 공인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 장관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사의 코로나19 관련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는 오는 20일 코로나19가 정점을 맞을 것이며, 1만명 감염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도 올렸다. 그는 “8일 통계로 총 7134명이 확진자였다. 그런데 11일만에 하루 증가폭이 400명 이하로 내려갔다”며 “이번 주 정부와 국민의 합심 총력전으로 대 코로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7일 마스크 대란에도 옛날 가격으로 마스크를 판매한 중소기업을 소개한 기사를 링크했다. 지난 5일에는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는 통일부의 해명자료를 올렸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코로나19 관련 글을 올렸다. 대한감염학회 등의 대국민 권고안이었다. 이후 그는 8일 오후 2시 현재까지 무려 49개의 코로나19 글을 썼다. 하루에 3건 이상씩 코로나 관련 게시물을 남긴 것이다. 그는 무책임한 신천지를 비판하거나 문재인 대통령 관련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공격형 게시물 뿐 아니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노고를 칭찬하는 내용을 직접 쓰거나, 공유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자 SNS를 통해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주로 일본 정부의 근거없는 의혹을 반박하거나 일본 내 혐한 감정을 조장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직후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국면에서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초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정치는 본인이 소임으로 여기는 사법개혁과 관련된 부분이 많았다. 검·경 수사권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담은 게시물을 주로 올린 것이다. 한 달에 2~3개의 게시물만 올리던 조 전 장관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과의 갈등이 본격화되자 하루에 3건 이상 게시물을 올리며 일본을 공격했다.

그러던 조 전 장관은 딸의 입시 의혹 등으로 장관직에서 낙마한 뒤 한동안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아내인 정경심 교수가 기소되자 본인의 입장문을 SNS에 간략히 올렸고,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그랬던 조 전 장관이 코로나 국면을 맞아 다시 페이스북 정치에 돌입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다시 여론전에 나선 것은 ‘코로나로 나라가 어려운 가운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대일 강경 발언을 이어갈 당시에도 자신의 페이스북 활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주변에 “욕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페이스북에 글을 쓴 이유를 짐작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수천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홍보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평균 5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리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