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방법’의 기세가 심상찮다. 영화 ‘부산행’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했던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이 안방에도 통했다. 차원이 다른 연상호표 한국판 히어로물로 평가된다.
‘방법’은 총 12부작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와 정의로운 사회부 기자가 이끄는 초자연 유니버스 드라마다. 이들은 악에 맞서는 방법은 ‘나쁜 마음’ 뿐이라고 믿고 IT 대기업 회장과 그를 보필하는 무당에 맞선다. 무당이 악귀를 동원해 주술을 부리면 역살을 날려 물리치는 상황이 매회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극은 절반을 넘겨 4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편에서 무당이 최후를 맞고도 예고편에 등장해 궁금증은 요동치고 있다.
이곳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분명하다. 다만 ‘악에는 악으로 맞선다’는 장치를 추가해 쾌감을 자극했다. 권선징악은 명확하나 소재는 참신하다. 악귀, 무당, 퇴마같은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국에 없던 장르를 만들어냈다. 승부수는 방법(謗法)이었다.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을 의미하는데, 초현실적 배경에서 펼쳐지는 선악 대립에 이질적 요소를 넣어 흡인력을 끌어냈다.
연상호표 오컬티즘은 극 곳곳에 묻어났다. 스크린을 안방으로 옮겨다 놓은 듯 했다. 저주로 악을 물리치는 설정은 마법같으면서도 기괴했고, 팔다리가 뒤틀려 피눈물 흘리는 인물 묘사는 신선을 넘어 난해했다. 이런 요소는 시청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시청률 5.0%를 돌파하면서 첫방송(2.5%) 두 배를 넘어섰다. 앞서 연 감독은 “속는 셈 치고 1회만 봐달라”라며 “시청률 3%가 넘으면 시즌2가겠다”고 공약했었다. 이유있는 자신감이었다.
시즌2를 공략하려면 남은 과제가 있다. 스케일에 비해 대본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비판은 극 초반부터 나왔다. IT 대기업 회장이 사진 한 장을 힐끗 보는 것으로 10대 소녀의 정체에 성큼 다가서는 설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기자가 굿판을 벌이는 무당의 속내를 단박에 알아채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대립구도를 초반부터 쉼없이 몰아치다보니 5~6화에는 힘에 부친다는 시청자의 볼멘소리 역시 들여다봐야 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