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달빛동맹’과 정치혁신에 거는 기대.

입력 2020-03-08 08:25 수정 2020-03-08 11:06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이 안갯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야간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미증유의 선거판세가 굳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정치권과 달리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두 달째 외출조차 꺼림칙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인, 전통시장 상인, 자영업자 모두 총선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는 표정이다. 지난 2월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반토막 날만큼 경제사정도 극도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전국 250여개 지역구에 대한 각 당 공천이 속도를 내면서 한쪽에서는 국가살림의 선량들을 뽑기 위한 총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불분명한 판세보다 또렷해진 경선 후폭풍이다. 여·야 전통적 텃밭인 광주·대구에서 싹트기 시작한 이 바람이 거세질 조짐이다. 광주에서는 8곳의 지역구 중 7곳의 공천이 확정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싹쓸이 당선된 당시 국민의당 의원 8명은 민생당, 민주통합의원모임, 국민의당, 무소속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21대 총선에서 생존하기 위한 각자도생도 펼치고 있다.

광주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인지 헛갈린다고 언제부턴가 푸념해왔다. 이로인해 2018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1곳을 제외하고 현역의원 불모지대인 더불어민주당 광주 경선은 진통이 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참신한 예비후보로 꼽히던 이들이 추풍낙엽처럼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일방적 공천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너나없이 내 사람 심기로 불공정하게 이뤄진 권리당원이 위력을 떨쳤다는 씁쓸한 평가도 적잖다.

권리당원 50~100명의 표심이 결정적으로 반영돼 경선결과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당내 후보를 당원들이 주도적으로 뽑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을 걱정하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

미래통합당의 아성인 대구지역에서는 6일 현역의원 2명이 이례적으로 컷오프(공천배제) 됐다. 고강도 물갈이라는 대의적 명분에 현역의 기득권이 맥없이 밀렸다. 하지만 ‘코로나 안전문자’ 홍수에 갇힌 대구 유권자 시선은 코로나19 전광판에만 머물고 있는 모양새다. 과정과 결과가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마저 일부에서 총선 연기설이 대두되면서 총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더욱 시들해지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각 당의 이전투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중앙당에서 내리꽂는 하향식 공천은 세계적으로 한국 등 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통합당 공천의 잘잘못은 다음달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가려내게 될 것이다.

쟁어자유(爭魚者濡).

물고기를 잡으려면 옷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처럼 ‘달빛동맹’으로 뭉친 광주와 대구의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21대 총선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드리운 총선 안개를 헤치고 날카로운 독수리의 눈으로 그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를 외면하고 참정권을 포기하면 가장 저열하고 무능한 정치꾼의 지배를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