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하듯 한국교회 ‘예배 전면금지’ 검토하겠다고?

입력 2020-03-07 20:57 수정 2020-03-07 23:12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종교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적어놨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편승해 공권력을 동원해 한국교회 예배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예배 통제 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인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8일 도내 모든 교회의 예배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명령을 고려하고 있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 올렸다.

이 지사는 7일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 명령 검토…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글에서 “종교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집합 방식이 아닌 가정 예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종교 행위 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해 주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근거로 내세운 긴급명령 발동의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집회 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경기도는 이날 저녁 “예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있으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 3월 8일은 가정 예배를 당부드린다”는 문자까지 발송했다.

이 사실을 접한 많은 목회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A목사는 “경기도는 ‘가정 예배’라는 문구를 문자에 넣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교회가 마치 바이러스 확산과 연관된 곳처럼 전체 도민에게 인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 온천교회와 수원 생명샘교회 성도들의 코로나19 감염이 어떤 집단 때문인지 이 지사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한국교회는 이미 예배 시 마스크 착용, 소독제 비치, 발열 체크 등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해놓거나 영상예배로 감염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협조요청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한다”면서 “이 지사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B목사도 “이 지사가 정말 코로나19를 막고 싶다면 교회 내 추수꾼으로 잠입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도 명단부터 공개하면 된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이 지사의 바람대로 교회에서 더욱 철저한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경기도 고양의 C목사도 “만약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의 감염을 우려한다면 감염자가 다수 나온 병원, 노래방, 실버타운, 요양병원, 한국전력 지사, 소년교도소, 학원도 진작에 대체업무로 전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청이 교회에 대한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싶다면 감염이 충분히 예상되는 지하철, 나이트클럽, 마트, 식당, 백화점, 시청, 도청 수준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천지 신도만 교회에 오지 않는다면 교회를 통한 코로나19의 감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소한의 예배마저 막는다면 버스, 전철, KTX 등 대중교통과 식당,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밀착해서 줄을 서는 행렬은 어찌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소 목사는 “이미 많은 한국교회가 집회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신천지의 집회와 한국교회의 예배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만약 헌법에 명기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만약 예배 전면금지의 행정명령을 내린다면 교회들이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도가 7일 도민에게 발송한 문자. 8일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국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7일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제안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김영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배를 시행하도록 적극 협력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국회는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 불안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낳았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대표회장은 “신천지와 교회를 구분하지 않고, 마치 교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며 책임을 전가하는 국회 결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발적으로 영상예배를 드리고 일정 기간 가정예배로 전환하기로 한 조치는 공권력이 일방적으로 교회에 예배금지를 강제하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불필요하게 신천지 대하듯 교회에 영향을 미치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기연 서울신대 예배학 교수도 “비상시국인 만큼 다수의 한국교회가 영상예배로 대체하긴 했지만, 교회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완전한 대체제라고는 할 순 없다”면서 “교회의 핵심 정체성은 예배인데, 이런 희생까지 감수한 한국교회의 노력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