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신 특강반서 다닥다닥” 모두가 불만 ‘학원 딜레마’

입력 2020-03-07 00:18
학원 “비용 문제로 골머리…정부가 대책 마련해달라”
학생 “코로나19 걱정돼도…공부가 더 불안”
학부모 “안전 중요하지만…성적과 학원비 등 고민”
교육부 “휴원하면 지원…확진 나면 명단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부산의 학원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개학을 한달 가까이 미룬 가운데 정작 학원은 휴원을 하지 않고 수업을 이어가고 있어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학원 휴원 없이는 방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일 기준으로 전국 학원 8만6435곳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은 3만6424곳(42.1%)에 불과하다. 대형 학원이 밀집한 서울에서는 비율이 더욱 낮아 1만4974곳 중 4560곳(30.5%)만 휴원했다. 종로학원·대성학원·메가스터디 등 대표적인 대형 학원들은 다음 주부터 학원 현장에서 수업을 완전히 재개한다. 종로학원·메가스터디의 재수종합반은 이번 주 이미 문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을 중심으로 한 감염도 시작됐다. 부산의 한 학원에선 5일까지 확진자 5명이 나왔다. 학원 강사가 감염된 뒤 원장이 뒤따라 감염됐고 원장에게 수업이나 상담을 받은 학생 2명 및 학부모 1명까지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교육청은 “아이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당분간 학원에 보내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하던 학원 감염이 결국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커뮤니티 캡처

휴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학원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휴원으로 발생하는 운영난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또 학습 환경이나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해서도 무작정 계속 휴원을 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한 입시학원 원장은 “사실 우리도 학생들도 다 힘든 상황이다. 휴원을 하면 손실이나 진도 문제가 생기고 수업을 하자니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어렵다”고 답답해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학원연합회)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영세학원뿐 아니라 중소학원도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생계 지원을 위해 손실금 50%를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구체적 손실금은 지난해 국세청 소득신고액을 기준으로 책정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연합회 관계자는 “지금 바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에 부담일 것이다. 지원해준다는 약속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부산시교육청과 동래구청이 방역팀을 보내 휴원 중인 미술학원을 소독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학부모와 학생들이 수업을 원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오히려 안전을 위해 학생 관리가 잘 되는 학원을 열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밝혔다. 학원에 다니면 학원 안과 등·하원 길만 조심하면 되는데 휴원을 하니까 밖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하게 돼 더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에 학원가에선 “문을 열되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중이다. 학원에 들어오는 강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제 사용을 의무화하는 식이다. 또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귀가조치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학원도 있다.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맘카페·학부모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글에선 팽팽한 논쟁도 붙는다. “학교도 멈췄는데 학원에 보내면 안 된다”는 의견과 “여러 사정상 보내고 싶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학원 측에 휴원 결정을 요구하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자녀의 등원을 멈춘 학부모들은 “학원은 개인 선택이라지만 이 시국에는 안 가야 맞는 것 아니냐”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학원에 보내고 싶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학습이다. 한 학부모는 “혼자만 안 가면 따라잡기 어려울 것 같다. 휴원하는 학원이 많아지니까 개인·소수정예·온라인 과외 광고가 전보다 많이 온다”며 걱정한다. 차라리 학원이 낫다는 입장도 있다. “학원에 안 가니까 아이들이 독서실·스터디카페·카페로 간다. 이동 범위가 넓어지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친구 만나서 PC방 간다는데 그런 걸 하나하나 간섭해서 붙잡아 두기도 어렵고 심란하다”고 걱정했다.

물론 수강료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원을 안 보내고 있는데 수강료 환급이나 보강 얘기가 없다. 학원은 자영업자니까 말도 못 하고 애매하다”는 글도 있고, “그래서 일단 학원에 보냈다”며 답답해하는 사연도 올라왔다.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끼고 공부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이 가운데 직접적인 불안을 겪는 것은 학생들이다. 학교도, 학원도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성적이나 시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는 것. 특히 고3 수험생들과 재수생들은 대입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초조한 마음이다. 새 학기 입시상담부터 내신시험, 모의고사 등 일정 변화가 불가피하고 또 개학이 연기된 만큼 여름방학이 짧아져 수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수생 나모(20)씨는 “이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고 유지되거나 심해진다면 수능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준비하는 입장에서 생각이 많다”며 “학원도 휴강하고 현장강의를 올려주던 인터넷 강의도 안 올라오고 하니까 공부 계획이 다 바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공부 감을 유지해야 하니까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고3 김모(19)양에게 “학생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개학은 밀렸지만 공부는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친구들이 학교에 안 가고 다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지금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다”며 “학원들은 휴원했지만 과외 2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하고 있다. 선생님도 학생도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면서 수업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in 캡처

24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가 임시 휴업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개학연기 후속대책’을 발표하면서 자발적으로 휴원하는 학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영업하는 학원에는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벌이고, 감염자가 발생한 학원 명단도 발표하기로 했다. 휴원을 압박하겠다는 취지지만 휴원을 강제할 방법은 없어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