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못구하는 데 신천지에?” 평택시 마스크 2천장 배부 논란

입력 2020-03-06 19:01
폐쇄된 신천지 평택교회. 평택시 제공

경기 평택시가 신천지 교인들에게 마스크 2000장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평택보건소에 방문한 임신부 A씨가 마스크 배급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평택시 측은 신천지 교인을 고위험군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은 “너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는 4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평택보건소 공무원 마스크 부정배급 현장목격’이라는 글을 올렸다.

평택보건소 방문 당시 한 공무원이 지인에게 마스크를 상자째 넘겨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공무원이 마스크를 건네며 “형님 잘 들어가요”라고 하자 상대방이 “그래 고마워. 나중에 밥 한번 먹자”라고 답했다고 적었다.

A씨가 올린 인터넷 게시판 글 캡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 마스크를100개짜리 한 상자씩 받아가는 상황에 의구심을 가졌다. 보건소 팀장에게 문의하자 “기록명부에 싸인받고 공정하게 배포하고 있다. 오해하지 말고 가보시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정상적인 지급이라면 굳이 보건소 밖에 나와서 마스크를 상자째 건넬 일이 없다는 것.

A씨가 평택시 감사과, 평택시청 비서관실 등으로 몇 차례 민원을 넣자 평택시는 내부 조사를 했다. 시 측은 “당시 마스크를 받아간 사람은 관내 방역업체 관계자다. 계약이 종료됐지만 자율적으로 봉사를 해서 마스크를 줬다”며 “상자에 담아서 준 것은 맞지만 40장 정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평택시가 2일 신천지 평택교회 신도들에게 마스크 2000장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게다가 평택시에서 교인들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총무에게 한꺼번에 2000장을 지급하고 신도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평택보건소 관계자는 “신천지 교인들이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판단해 지역 주민들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며 “신천지 평택교회 총무가 신천지 교인들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협조를 많이 해줬다. 신도들에게 필요하다고 요청을 하길래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가 올린 글이 인터넷상에서 퍼지자 평택시 감사실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