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면 신천지라고 먼저 말하지 마세요”…‘텔레그램’ 공지 논란

입력 2020-03-06 17:16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이 2일 자신의 가평 별장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평=윤성호 기자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병원 진료 시 신천지 신도라고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는 공지가 돌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머니투데이는 6일 신천지 전 간부를 인용해 신도들 사이에서 최근 “병원에서 굳이 묻지 않는데 ‘신천지인’이라는 것을 의무적으로 미리 말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공지가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외국에 있어 추적이 어렵고 보안 기능이 탁월한 메신저다.

공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외의 사항인 경우 ‘신천지에 먼저 알려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코로나 이외에는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하지 마시고 신천지 측에 먼저 알려주면 피드백을 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신천지 전 간부들은 본부의 지시 없이 이같은 공지가 공유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부 출신 A씨는 “지파 쪽에서는 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공지를 절대로 내지 않는다”며 “총회에서 지시를 내리면 지파장이나 지파 총무를 통해 지시가 내려가는 방식”이라고 머니투데이에 말했다.

반면 신천지 측은 “이런 공지는 내려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총회에서 낸 모든 공지는 공문 형식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다수는 신천지 관련으로 확인된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의 경우 6일 0시 기준 4694명의 환자가 확인됐는데, 이중 신천지 대구 집회소 관련 발생이 72.4%에 달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여러 사회복지시설 등의 잡단시설, 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발생들이 추가로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 사례가 확인되자 전체 신도 명단을 확보하고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신천지 측이 신도 명단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고, 신천지를 향한 여론도 급격히 악화했다.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지도부를 살인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총회장은 지난 2일 ‘평화의 궁전’으로 불리는 가평 신천지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적인 건 아니지만 (신천지로 인해)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정말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질의응답 내내 신천지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답변하고, 호통을 치는 등의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을 사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