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당선 NO! 지지 후보 공천해야죠”…민주당 경선 두고 광주 민심이반 고개.

입력 2020-03-06 16:44 수정 2020-03-07 19:33

“공천=당선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여전한 게 아닙니까!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안일한 판단으로 민주성지 광주의 민심을 외면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데 그러다가 어쩌려고 그러는지...”

4·15 총선을 1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광역시에서 벌써부터 민심 이반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권자인 시민들의 정서와 크게 동떨어졌거나 지명도가 낮은 예비후보들이 예상을 뒤엎고 공천권을 잇따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지지를 골고루 얻은 게 아니라 중앙당 입맛에만 맞는 일부 예비후보들이 공천됐다는 비판적 여론이 광주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광주지역 3곳의 21대 국회의원 지역구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6일 낮 12시쯤.

광주 도심의 식당 곳곳에서는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등의 식사자리에서 지역구 공천결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영호가 최소한 20% 이상 앞섰다는 데 왜 그런 이상한 결과가 나온 걸까? 신인가점을 너무 많이 준 건 아닌가?”(상공인)

“결국 상대후보가 출처도 불분명한 여자문제를 거론하고 구청장 재직시절 신천지에 봉사활동 표창장을 줬다고 흑색선거를 한 게 제법 먹힌 결과라고 봐야지”(공무원)

정치평론가 못지않은 40대~50대 남자들의 자극적 촌평이 식사 중간 중간 이어졌다.

“광주 8개 지역구 중 7곳의 후보가 결정됐는데 절반은 잘못 된 거 같더라. 뭐라고 해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예비후보가 당연히 공천장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자영업자)

“정치신인들을 배려하고 경선과정의 형평성을 감안하자는 건 공감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은 구청장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도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데...민형배도 분명히 여론조사에서 앞섰다더라”(공기업 직원)

다른 한쪽을 차지한 7~8명의 일행들도 식사보다는 경선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는 데 열중했다.

“구청장을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해 문재인 청와대 출신들만 득세하게끔 경선규칙을 잘못 정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잖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다시는 총선이 없을건데 이번 기회에 자신의 세력들을....”(시민단체 종사자)

“어련히 알아서 경선규칙을 정했겠어. 총선 때는 결국 민주당 공천후보를 찍을 수 밖에 없을 거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공천한게 얄밉기는 하지만 말이야”(퇴직 회사원)

민주당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 경선에서 동남갑 최영호 전 남구청장과 광산을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의 탈락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던 2명의 예비후보 모두 재선 구청장 출신으로 경선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둔 1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주지역 사회에서 가장 참신한 예비후보로 줄곧 거론된 광산갑 이용빈 예비후보의 패배에 대한 동정여론도 비등하다.

의사출신으로 봉사활동 등을 통해 탄탄한 지지도를 쌓아온 이 후보는 경선에 불복해 상대후보를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후보는 20대 총선 이후 4년간 지역민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표밭을 누벼 공천이 유력하다는 시민사회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경선결과가 속속 발표되자 광주시민들은 “적잖게 불쾌하다. 민주당을 찍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다른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반응이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을 아니지만 사실상 광주시민들의 민심을 묵살하고 경선 형식을 빌어 일방적 공천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신인가점 등으로 포장해 전략공천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선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들은 내부적으로 연대결성을 통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지 여부를 신중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키즈’를 국회의원으로 만들려는 민주당 중앙당의 정치적 시도가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금까지 동남갑 윤영덕 전 청와대 행정관, 동남을 이병훈 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 서구을 양향자 전 최고위원, 북구갑 조오섭 전 광주시의원, 북구을 이형석 최고위원, 광산갑 이석형 전 함평군수, 광산을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7명이 공천됐다.

광주시민 김정욱(55)씨는 “민주당 중앙당이 광주경선을 두고 판단 착오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경선이야 중앙당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본선 결과까지 맘대로 떡 주무르듯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