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올린 유튜브 동영상 경고없이 삭제… 신천지 가능성도

입력 2020-03-06 15:42 수정 2020-03-06 16:20
나눔교회가 유튜브로부터 받은 첫번째 통보 메일. 나눔교회 제공

“성도님들이 5년 역사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유튜브 계정 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대비를 하지 않습니까.”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는 최근 서울 마포구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교회는 지난달 1일 오전 교회 유튜브 계정이 삭제된 것을 알았다. 전날 금요예배 영상을 올린 것까지 확인했는데 이 같은 사실에 당황했다고 한다.


교회 유튜브 계정에는 조 목사가 부임한 2015년 12월부터 올린 동영상 800여개 등이 담겨있었다. 95%가 설교 및 강의 영상, 5%는 교회 활동 영상 등이다. 구독자 수는 1100여명이었다.

나눔교회의 현재 유튜브 계정. 교회는 이전 계정이 삭제됐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예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계정을 만들었다.

교회 측은 지난달 1일 유튜브로부터 커뮤니티 방침에 따라 계정이 중단된다는(suspended) 메일을 받았다. 교회 측은 이에 항의하는 메일을 두 차례 보냈으나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똑같은 내용의 답변만 계속 했다.

유튜브측의 커뮤니티 지침서에는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증오성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괴롭힘/사이버 괴롭힘’ ‘스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메타데이터 및 사기’ ‘위협’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명의 도용’ ‘아동보호’ ‘추가 정책’이 포함돼 있다.

조 목사는 “대부분 설교 영상인데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했다는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런 일을 통보하기 전 자료를 미리 저장할 수 있도록 경고 메일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튜브 코리아 측에 항의하고 싶어도 상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창구조차 없었다. 전인하 부목사는 “유튜브에는 전화와 메일 창구도 없다. 고객센터가 일반 사용자의 계정에는 뜨지 않는다. 프리미엄 사용자만 가능하다. 이것도 문의하려면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회 측은 이 같은 조치에 따른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물의를 일으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가 유튜브에 집중적으로 신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교회 영상에는 요한계시록을 다룬 내용도 20여편 있었다. 요한계시록은 신천지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성경이다.

교회의 1차 항소메일에 대한 유튜브측 답변. 2차 항소메일에 대한 답변도 똑같다. 나눔교회 제공

한 이단 전문가는 “신천지는 네이버 카페와 밴드 등 포털에서도 신천지를 조금이라도 자극하거나 요한계시록 등을 다룬 콘텐츠가 있으면 사람들을 동원해 신고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라면서 “온라인에서 신천지로부터 공격당한 경험자들이 많이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또 구독자가 1000명 이상 된 후 유튜브와 비즈니스 체결을 하지 않아 유튜브가 일방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한 게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조 목사는 “온라인에서 보니 우리처럼 이유 없이 유튜브 계정이 삭제된 사례가 많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온라인예배로 성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완전한 콘텐츠라면 다른 교회나 기관에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 아닌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