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우리’…코로나 위기 속에 사랑의 손길 내민 익명의 천사들

입력 2020-03-06 14:52
지난 5일 태백시 황지동행정복지센터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남기고 간 성금. 태백시 제공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려움이 가중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행정복지센터에는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들어와 탁자 위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놓고 다시 출입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비닐봉지를 가지고 가시라”는 직원의 말에 여성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마스크 구매 비용으로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센터를 떠났다.

검은 봉지 안에는 동전과 지폐 18만3480원이 들어있었다. 황지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너무 빨리 사라진 탓에 인상착의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근 전통시장에서 소규모 장사를 하는 여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백시는 후원자의 뜻에 따라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가구의 코로나19 예방 및 극복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지난 5일 동해시청에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성금. 성금과 함께 남겨진 메모에는 '나 아닌 우리'라는 글이 담겨있었다. 동해시 제공

같은 날 오전 강원도 동해시청에도 한 시민이 찾아와 코로나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쪽지와 함께 72만5000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이 시민은 동전이 잔뜩 들어있는 저금통과 함께 ‘코로나 이놈! 지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나 아닌 우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충북 충주에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주시 연수동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센터에 놓고 갔다.

기부금 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할머니는 “나라에 신세를 많이 졌다. 나처럼 돈이 없어서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도와주고 싶다”고 한 주무관에게 말했다.

다음날에도 또다른 기부 천사가 이곳에 나타났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150만원이 든 봉투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이 여성은 “코로나19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힘든 것 같다. 전기장판 등 물품을 사셔 건넸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연수동은 기탁받은 성금으로 저소득층 학생 4명을 선정해 5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위문품을 구매해 독거노인 13명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태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