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한창 신고가 행진을 벌였던 강남권 집값이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12·16 대책의 고가 아파트·강남 규제에서 빗겨간 중저가 아파트와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은 꾸준히 상승일로다. 정부 정책에서 기준점으로 규정된 9억원을 향해 근접해가며 ‘갭 메우기’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KB부동산 리브온이 6일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0.02%)와 서초구(0.07%)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상승률이 누그러지며 3주 연속 안정세를 이어갔다. 감정원 주간동향에서는 서초구(-0.08%), 강남구(-0.08%), 송파구(-0.06%) 등 강남 3구가 모두 하락세로 나타나는 등 정부 규제의 집중 타깃이었던 강남 집값 이상과열은 다소간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 같은 추세는 실거래가로도 확인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도곡동, 역삼동 등 강남 주요지역 초고가아파트들이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최고가 대비 2~5억씩 빠진 금액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2·16 대책이 15억 초과 고가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면서 가격 급등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부동산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건 사실”이라며 “다만 두 차례 대책과 코로나 여파로 거래수요가 잦아들면서 발생한 착시효과일 수도 있어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점과 추가 규제 여부도 관건”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핀셋규제의 반대급부와 풍선효과다. 강남3구가 한풀 꺾이는 동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외곽지역 등 9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노원구(0.09%), 강북구(0.09%), 도봉구(0.08%), 구로구(0.08%) 등의 강세가 관측됐고 강북구, 동작구 아파트들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6~7억원대 아파트들이 9억원을 향해 상승폭을 넓혀가는 추세다. KB부동산 통계에서는 광진구(0.43%), 금천구(0.41%), 양천구(0.30%), 마포구(0.24%)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9억원과 15억원을 기준점으로 다층화 된 서울 부동산 내 가격차별화 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감정원 측은 “재건축과 고가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지만 중저가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상승하며 상승폭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저금리 기조가 한층 공고히 굳어지고 불경기에 투자처가 한정된 상황에서 시장 내 갈 곳 잃은 유동성이 최대 변수다. 규제를 빗겨간 지역들에서 풍선효과로 갭 메우기와 신고가 행렬이 이어질 경우 총선 이후 추가 규제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