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계가 실제 감염자 규모의 극히 일부만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N은 5일 ‘일본의 코로나 감염자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판 헤드라인 기사로 전하며 “일본의 공식 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감염자수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게 일본 민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일 기준 1023명(크루즈선 확진자 706명 포함)으로 전날보다 33명이 늘었다. 최근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많아야 30여명이다. 반면 한국은 하루 수백명씩 확진자가 새로 확인된다.
이처럼 일본의 확진자가 적은 이유는 정부의 확진 검사 지침에 따라 검사량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CNN은 4일 현재까지 한국이 수만명을 검사하는 사이 일본은 8111명에 대해서만 검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4일 기준 13만 1379건의 조사를 진행했다. 일본은 일일 검사 역량이 3800건이라고 공표했지만 실제 검사량은 극도로 적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37.5도 이상 발열이나 극도의 피로감 또는 호흡 이상 같은 폐렴 의심 증세가 나흘 이상 계속 나타나야 하며 그 나흘 사이에는 자가 격리를 하며 증세를 관찰해야 한다. 고위험군인 노인과 지병이 있는 사람들도 이틀 이상 경과를 관찰해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비영리단체 의료거버넌스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上昌廣) 소장은 일본에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감염자들이 확진자보다 훨씬 더 많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역학자로서 정부의 바이러스 확산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에도 참여한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교수는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공식 통계의 약 10배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니시우라 교수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일본의 감염자수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니시우라 교수는 자신의 모델로 예측한 일본의 유행 실태는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에서 일어난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도 감염자가 확진자보다 많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CNN에 보낸 답변서에서 “정부는 미확인 감염자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감염자수는 니시우라 교수의 예측보다 훨신 적은 3000명 선으로 추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정책 조정관을 지낸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런던 킹스칼리지 인구보건연구소장은 일본이 대중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검사의 문턱을 낮추되 노인 등 고위험군에 우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가안보보다 올림픽과 외교관계를 우위에 두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고 CNN이 소개했다. 특히 아베 지지층에서조차 엄격한 입국 통제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조치(上智)대학 나가노 고이치(中野晃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중국발 입국 차단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 견줘 약했다”며 “아베 지지·반대 진영 모두 이에 분노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