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주고 간 ‘누런 마스크’

입력 2020-03-06 06:42 수정 2020-03-06 06:43
부산 북구에 사는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을 위해 손수 바느질한 면 마스크 20개를 선물했다. 한 직원은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 효과가 뛰어난 희망 백신이었다"며 "방역 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 밤낮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눈도 침침한 8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집에 있는 천을 이용해 손바느질로 마스크 여러 개를 만들어 공무원들에게 전달한 사연에 네티즌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남을 돌볼 겨를 없는 팍팍한 시절 어려운 형편에 처했지만, 남을 생각한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지난 3일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83)가 찾아왔다. 그는 평소에도 주민센터를 자주 들렀다고 한다. A씨는 공무원에게 “요즘 고생이 많으시죠”라고 위로하며 면 마스크 20개를 선물했다.

A씨가 건넨 마스크는 조금 특별했다. 오래됐는지, 색이 조금 변한 면으로 만든 데다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졌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직접 사용하시라며 사양했지만, A씨의 마음을 전해 듣고는 마스크 선물을 기꺼이 받았다.

A씨는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건 동장에게 “평소 직원들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요즘 코로나19로 바쁘신 거 같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봉틀이 고장나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들었다며 “쓰는 데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A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단체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부산 북구에 사는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을 위해 손수 바느질한 면 마스크 20개를 선물했다. 한 직원은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 효과가 뛰어난 희망 백신이었다"며 "방역 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 밤낮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주민센터 한 직원은 “우리가 어르신에게 마스크를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받게 됐다. 침침한 눈으로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손바느질하신 어르신의 정성을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고, 또 다른 직원은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 효과가 뛰어나다”며 “방역 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도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 “한 두 개 만들기도 쉽지 않을텐데 직원 전부를 챙긴 마음이 너무 감동이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