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던 아이 엄마…‘고덕동 참변’, 이웃인 나도 눈물 나”

입력 2020-03-05 17:16
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동소방서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강동구 고덕동 4층짜리 상가주택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약 20분 만에 진화했다. 연합뉴스

“아이 엄마가 보통 착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린이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화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소방당국과 경찰의 합동감식이 벌어진 5일. 현장에 모인 인근 주민들은 안타까운 참변에 입을 모아 탄식했다. 한 주민은 동네를 오가며 봤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앞서 4일 오후 3시5분쯤 이곳 4층짜리 건물의 3층 주택에서 불이 나 A군(4), B양(4), C양(7)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타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숨진 아이들은 이종사촌 관계로, 외할머니 집에 머물던 중 변을 당했다. 외할머니에게 A군은 첫째 딸의 아들이고, B양과 C양은 둘째 딸의 자녀였다. 사고 당시 성인들은 모두 외출 중이었다고 한다. 아이들만 집에 있었는데, 거실 입구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 불은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소실시켜 23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아이들까지 숨지게 했다.

인근에 사는 70대 이모씨는 울먹이면서 “아이 엄마가 보통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돌봤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또 “어제 아이 엄마가 반쯤 넋이 나가서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울부짖는데 내가 다 눈물이 나왔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가게 주민은 “이번에 숨진 아이들인지는 모르겠는데, 할머니가 원래 매일 손주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었다”면서 “할머니가 근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잠깐 사이에 참변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점심을 먹고 일을 하러 나간 뒤, 할머니의 둘째 딸이자 B양과 C양의 엄마인 D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이사를 앞두고 짐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 옷을 큰 언니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어머니 집에 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감식 결과를 본 뒤 유족과 협의해 부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