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60대 주부 A씨 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매일 함께 저녁을 먹는다. 회식이 사라지고 외식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모두 일찍 귀가하게 됐다. 대신 장보기는 훨씬 잦아졌다. 아침과 저녁을 거르기 일쑤였던 가족들이 집에서 식사하면서 식재료가 더 빨리 사라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이 함께 먹을 식료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단순히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성향과 목적이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1인 생활자 중심 마케팅을 쏟아내던 유통업계도 모처럼 가족 대상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1일까지 미국산 오렌지와 딸기·삼치·봄나물·돼지고기 등 ‘가족 먹거리’ 할인 행사에 돌입한다고 5일 밝혔다. 이마트가 가족 먹거리 행사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달걀과 당근, 양파, 감자 등의 식재료 매출은 작년 2월 대비 약 20~30% 늘었다. 달걀의 경우 지난해 대비 26.2% 늘었으며, 양파가 32.2%, 당근이 28.5%, 감자는 10.9% 올랐다. 모두 요리를 할 때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시작됐다. 홈플러스는 효도쇼핑 캠페인을 시작했다. 효도쇼핑은 홈플러스 온라인몰 내에 ‘부모님 대신 장보기’ 기획전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각종 신선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손쉽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홈플러스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이 어려워진 장년층을 위해 가족들이 온라인 쇼핑을 대신해주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는 지난달 온라인몰 배송지를 일시적으로 변경해 주문한 건수가 전년 대비 13% 늘었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는 주문 건수가 전주 대비 58%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노약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삼가게 된 시기와 겹친다.
소비자는 부모님 대신 장보기 기획전은 배송지를 부모님 주소로 변경하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주문하면 된다. 보양식과 간편조리식, 건강기능식품, 운동기구 등을 주로 배치했다. 홈플러스는 “부모님 댁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가장 신선한 상품을 엄선해 가장 빠르게 배송해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