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운명을 가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 내역이 있는 기업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KT 특혜법’이란 비판 속에 본회의 통과가 갑작스럽게 무산되면서 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회는 5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 법안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 반대·기권표가 쏟아지면서 끝내 무산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는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3월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항목이 문제가 됐다. 이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KT는 재차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회의에선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토론에서 “은행 대주주 자격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인터넷은행의 기본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 표결을 촉구했다.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케이뱅크의 자금 조달 계획은 표류가 불가피하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전환을 전제로 기존 주주사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그동안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을 완전히 중단한 ‘개점 휴업’ 상태였다.
한편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발의된 지 약 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법은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불공정 영업행위 등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국내 가상화폐 업계도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