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수출…1월 상품수지 흑자 7년9개월만에 최저치

입력 2020-03-05 16:44 수정 2020-03-05 17:08

한국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 규모도 큰 폭으로 줄었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수출에 미칠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0억10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1월 대비 22억9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4월(-3억9300만 달러)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수출 감소세가 14개월째 이어졌다. 이번 수출 감소는 지난 1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의 여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철강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품수지가 급갑했다. 상품수지 흑자는 19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4월의 마이너스 3억3000만 달러 이후 7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월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수출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월 수치가 집계된 통관기준 수출 통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이어질 경우 경상수지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1.7% 줄어들었다.

다만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상수지가 적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통관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8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46억5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통상 경상수지는 통관무역수지보다 15~40억 달러를 웃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비스수지는 24억8000만 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전년 동기보다 10억5000만 달러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감소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월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고, 일본 여행 감소로 국내 출국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여행 관련 수입과 지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여행객과 해외로 여행가는 내국인이 함께 줄고 있다”며 “해외 여행 지출이 줄면서 오히려 여행수지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