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추가 여행제한 조치 검토 안돼. 다만, 상황 예의주시”
미 하원, 코로나19 긴급예산 83억 달러 통과…트럼프 요청안 3배
미국 크루즈선서도 코로나19 승객 사망…일본 크루즈사태 ‘재연’ 공포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30세 미만 사망자가 현재까지 없었다”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 등을 참고해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2시간 동안 우리는 중국에 더해 한국과 이탈리아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볼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나이가 많고 기존 병력이 있는 경우 코로나바이러스에 직면했을 때 더 심각한 질병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벅스 조정관은 그러면서 “안심이 되는 것은 한국에서는 30세 미만인 사람 가운데서는 사망자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탈리에서도 사망자의 평균 나이는 81세였고, 병을 얻게 된 사람의 평균 나이는 60세였다”고 덧붙였다.
벅스 조정관은 “이런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가장 취약한 미국인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기존 병력이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최선의 예방과 치료 조치들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총괄 지휘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같은 브리핑에서 한국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여행 제한 조치 검토는 검토되지 않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발병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 제한 추가 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 시점에서는 그들(보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 여행경보 또는 제한 조치를 부과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관련 데이터를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발병) 사례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발병 추이 등에 따라 추가 조처를 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여행 제한 조치는 실시간으로 평가되는 사안”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전망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초해 결정해야 할 조치”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한국과 이탈리아 북부의 상황은 다른 여러 나라들과 비교할 때 실제로 독특하다”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매일 이런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하원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83억 달러(9조 8000억원) 규모의 긴급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의회에 요청한 긴급 예산 25억 달러(3조원) 규모의 3배 이상의 금액을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예산이 너무 적고, 또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었다.
코로나19 위기의 절박성을 반영한 듯 하원은 415대 2의 압도적인 표 차로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이전에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예산을 초당적으로 승인하기로 합의했다. 상원은 법안을 넘겨받아 이번 주 내 투표를 추진 중이다.
한편 미국에서도 크루즈선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조사에 착수했다. 사망자 6명을 포함해 무려 706명의 감염자를 낸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의 재판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이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던 71세 남성으로, 지난달 ‘그랜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왔으며 이때 코로나19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 보건 관리들은 밝혔다.
이 크루즈선의 탑승객 11명과 승무원 10명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캘리포니아주는 밝혔다. CDC와 캘리포니아주는 승객 명단을 통해 탑승객 전원을 추적 중이다. 이 크루즈선은 하와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검사를 위해 정박이 지연된 채 항구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7명으로 늘어나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