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어려울 때 내 손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대란’ 극복을 위해 면 마스크 수천장을 직접 만들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 고성군의 섬유패션 강사 이미경(43)씨와 자원봉사자 20여명이다. 이들은 오는 9일까지 필터가 달린 면 마스크 2000개를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마스크 제작을 총괄하는 이씨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마스크 제작 봉사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성군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2년간 강사 일을 한 이씨는 고성군청의 제안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다.
봉사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이씨는 자신이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어 대구 서문시장의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이씨는 “당장 마스크가 없어 일터에 못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스크 100개를 만들어 거래처 사장님들에게 전달한 게 봉사의 시작이라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장사도 안 되는데 마스크도 못 쓴다는 소리를 들으니 속이 답답해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수천장의 면 마스크를 제작하겠다고 선뜻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을 돕겠다고 나선 고성군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이씨는 “수강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이번 마스크 봉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더니 ‘선생님아 나 잘 못해도 봉사해도 되나’라고 말하면서 참여하셨다”고 했다. 이씨는 ‘재봉틀로 직선박기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을 독려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이씨와 자원봉사자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위험한 만큼 면 마스크 제작은 각자 집에서 이씨가 직접 만든 13분짜리 영상을 보면서 진행된다. 마스크 원단과 재봉틀은 고성군청에서 제공한다. 영상 제작은 이씨의 두 자녀가 도왔다.
수천장의 마스크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씨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이씨는 “잠도 거의 못 자고 말 그대로 시간을 ‘올인’해서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1분 1초가 아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성군에서 봉사가 마무리되면 통영시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능 기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씨는 자신이 봉사를 하는 것에 대해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한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돼 평범한 일상이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