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라더니 퇴원 5일만에 사망…中 코로나19 완치 기준 어떻길래

입력 2020-03-05 16:05
중국 우한 적십자병원 의료진이 지난 1일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사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중태에 빠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가 다시 양성 판정을 받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국의 ‘완치’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은 코로나19 완치 비율이 64.7%에 달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사는 리량(L i Liang·36)씨가 지난달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으나 5일 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사망한 리량(36)씨의 코로나19 '완치' 판정서.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한지 5일만에 사망했다. SCMP캡처

지난달 12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경증환자를 수용하는 임시병원에 입원한 리씨는 2주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후 14일간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리씨의 아내 메이(Mei)에 따르면 그는 퇴원 이틀 후부터 입이 마르고 복부에 가스가 차 불편해했다고 한다.

몸이 계속 불편했던 리씨는 결국 지난 2일 병원에 다시 입원했지만 그날 사망하고 말았다. 우한시 보건 당국은 리씨의 사인을 ‘코로나19’로 꼽았고, 호흡기 부전과 폐색 등이 리씨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우한 임시병원 중 하나인 팡캉병원은 4일 긴급 공지를 내고 퇴원한 환자가 다시 의심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이날부터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퇴원 전 항체검사를 실시해 완치된 것이 맞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중국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완치자 수(위에서부터 차례대로). SCMP캡처

한편 이 같은 사례는 중국 전역에서 여러 차례 발생해왔다. 지난 2일 중국 톈진(天津)에서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 2명이 일주일 만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다시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퇴원 2주 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광둥(廣東)성에서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의 14%가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례는 장쑤(江蘇)성, 쓰촨(四川)성 등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완치 판정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중국 보건 당국의 부정확한 검사와 느슨한 완치 및 퇴원 기준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날까지 중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409명이지만 완치 후 퇴원자가 5만2045명에 달해 완치 비율이 64.7%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5766명이지만 완치자가 88명으로 1.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확진자 대비 완치자 비율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완치 후 양성 판정이 잇따르자 진둥옌 홍콩대 교수는 “이는 코로나19에 다시 감염됐다기보다는 당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단 키트의 품질 문제 등이 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한의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임신부를 옮기고 있다. SCMP캡처

현재 중국 당국은 ▲사흘 동안 발열 증상 부재 ▲호흡기 곤란 부재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병변(病變) 부재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두 차례 양성 판정 등을 완치 판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진단 키트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은 수차례 제기됐으며 우한 등에서는 병실이 부족해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입원 환자를 서둘러 내보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런 탓에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사실상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한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한 환자가 집으로 돌아온 뒤 8일 후 그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내 코로나19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는 상하이에서는 중국 보건 당국의 기준에 더해 자체적인 추가 검사를 한 후 완치 판정을 내리고 있다.

상하이의 보건 전문가 장원훙은 “상하이에서는 지금껏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며 “항체 검사 등 새로운 검사법을 추가 도입하면 이러한 코로나19 재발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한인민병원의 호흡기 전문의 장잔은 “정부의 퇴원 기준에 부합하는 44명의 환자 중 26명이 추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퇴원을 위해 필요한 PCR 검사를 기존의 두 차례가 아닌, 세 차례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