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머리 아픈 ‘대관료’… ‘환불’ 두고 극단·극장 울상

입력 2020-03-05 15:20 수정 2020-03-05 16:13
세종문화회관,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연기돼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건 물론이다. 특히 예술단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관료 환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가 된 후 명동예술극장 등 공공 공연장은 차례대로 휴관에 들어가고 있다. 민간에서도 공연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로 한 연극 관계자는 “대부분 극장에서 3월 공연이 취소됐다”며 “대학로 내 140개 극장의 70%인 약 100개 극장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공연계 매출액은 210억4282만원으로 전월 수익(402억5825만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공연이 어그러지면서 예술 단체는 배우 출연료와 무대 설치비 등 선 지출금을 회수 못 해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대관료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로 중소극단이 하루 40만원 정도인 대관료를 회수 못 해 입는 피해는 막심하다. 이달 중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 한 중견 극단 PD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환불이 어렵고, 공연 연기만 된다는 입장”이라며 “약 890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득이한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한 것인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사정을 살피면 이런 책임을 극장주에게만 지우기는 어렵다. 대학로 극장 운영 시스템은 개인사업자인 극장주가 건물에 전·월세로 들어가, 이 공간을 다시 단체들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140개 극장의 평균 월세가 400만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전기료와 인건비 등을 더하면 어림잡아 800만원이 매달 빠져나간다. 최소 2개월을 준비하는 공연 특성상 5~6월까지 극장이 공실일 때 3월부터 피해액이 2500만원을 웃도는 셈이다.


알앤디웍스 제공


극장주들과 예술단체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맨 형국이다. 전국 300석 미만의 민간 소극장 운영자들이 모인 한국소극장협회 최윤우 사무국장은 “운영자와 단체 간 협의로 극장마다 대관료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100% 환급해주는 극장도 있다. 다만 임차료 등 문제로 대관료 전체의 10% 정도의 계약금만 가져가는 곳도 있고, 다 받는 공연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연장은 취소 수수료 등 일부를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고 있다. 재정 규모가 비교적 큰 공연장의 이런 대응을 두고 일각에선 “고통 분담에 대한 의지가 적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도 난감함이 적지 않다. 3월 공연 2개를 5월로 연기한 LG아트센터 관계자는 “공연장도 재정 피해가 커 되도록 공연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개막을 미룬 두산아트센터 관계자 역시 “재정적 피해가 있지만, 특수한 상황인 만큼 공연 연기에 따른 대관팀의 제작비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대관료 환급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 공연장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발생하는 공연계의 연쇄적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지원 방안 수립이 필수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부터 코로나19 관련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약 21억원 규모의 대관료 지원 방안도 4월 중 마련할 예정이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과거 메르스 때도 공연계를 위한 단기 처방들은 나왔었다. 그러나 고통이 되풀이된다는 게 문제”라며 “공연계 체질을 바꿀 장기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대책이 달라야 하고, 민간 공연 주체들에게는 특히 직접적이고 과감한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