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팀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된 게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여타 아시아 국가들도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다. 결국 전력 자체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시드니 FC와의 ACL H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2대 2로 비겼다. 이로써 K리그 팀들은 올 시즌 ACL에서 6경기 1승 2무 3패의 수난을 겪고 있다.
ACL에 나가는 팀들은 코로나19로 K리그 일정이 연기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한 걸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기존 선수와 영입된 선수의 합을 맞출 기회가 없어 조직력이 하락했단 것이다. 전통적으로 조직력·체력에서 강점을 보인 K리그이기에 실전 부족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ACL에 출전하는 한 팀 관계자는 “일본·호주는 리그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K리그는 중단돼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데 큰 악영향을 받았다”며 “리그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 건데 발이 안 맞는 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타국 상황을 보면 리그 중단이 저조한 성적의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다. 일본(5승 1무) 팀들의 경우 K리그 팀들보다 슈퍼컵·리그 1경기씩을 더 치렀을 뿐이다. 이후 마찬가지로 리그가 중단됐다. 말레이시아(1승 1패)도 지난달 28일에야 개막전 1경기를 치렀다. 추춘제를 시행하는 호주(1승 1무 3패)는 시즌 중임에도 부진하다. 4라운드까지 치른 태국(2패)도 마찬가지다.
K리그 팀의 선수 출신 관계자는 “리그 중단과 관련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예정돼있던 ACL 경기고 동계훈련 때 연습경기도 진행한 걸로 아는데 일정 탓만 하는 건 핑계다. 시즌 막바지인 호주 같은 경우 ‘체력이 떨어졌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경기력 자체가 문제란 소리다.
전북(1무 1패)의 경우 지난 시즌 MVP급 윙어 두 명(로페즈·문선민)의 공백이 크다. 영입된 김보경·쿠니모토는 패싱력이 좋지만 스피드 있게 측면을 파괴하는 유형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들은 아직 적응이 필요하다. 수원(2패)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스쿼드가 아닌데다 염기훈(37)이 예전 같지 않다. 보스니아 득점왕 출신이라던 크르피치는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3일 조호르 FC전엔 모습도 드러내지 못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팀을 나간 선수 대비 영입된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만큼 되지 못하고 팀에 녹아들지도 못해 선수 구성상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발을 더 맞추면 나아지겠지만, 궁극적으로 ACL에서 K리그가 존재감을 회복하려면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