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모금회는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반환을 결정했다.
최근 신천지에서 탈퇴한 A(25·여)씨는 “신천지가 기부한 그 돈은 조건부 시한부종말론에 빠졌던 청년들이 김밥, 라면 먹을 돈까지 아껴가면서 냈던 돈”이라면서 “신도들을 갈취한 돈이 신천지 홍보에 쓰인다니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는 종교단체가 아니므로 기부금 영수증 처리도 못 한다. 그래서 교주와 지파장의 헌금 횡령액수가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만희는 돈 앞에 매우 인색한 사람인데도 거액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의 본심은 향후 진행할 포교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신천지는 또다시 거짓말 포교, 사기 포교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그때를 대비해서 마케팅 차원에서 거액을 쾌척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내부에 있는 신도들에게도 ‘우리가 이렇게 멋진 단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씁쓸하다”고 했다.
신천지에 빠졌다 학업까지 포기한 신천지 피해자 B씨도 “이만희가 검찰 수사받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눈앞에 뻔히 보인다”면서 “신도들의 고혈을 짜낸 그 돈을 사랑의 열매가 받는다면 ‘고통의 열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120억원은 20, 30대 꽃다운 청년들이 사이비 종말론에 빠져 가출한 뒤 야간 아르바이트 뛰면서 모은 돈”이라면서 “돈으로 꼼수 부리지 말고 먼저 신도 명단을 똑바로 제출하고 검찰 수사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만희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쇼를 벌였는데, 이번에는 돈으로 쇼를 벌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B씨는 “이만희는 120억원이 아니라 120원도 내놓지 않을 인색한 사이비 교주다. 신천지 내부에서 사건이 터지면 언제나 거짓말과 꼼수로 일관해 왔다”면서 “현재 이 난국을 타개할 최선책은 검찰수사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신천지에 빠진 아들을 둔 C씨는 “신천지에 빠진 내 아들이 미래를 포기하고 갖다 바친 돈을 검찰수사를 피하려고 저런 식으로 생색내고 있다”면서 “신도들이 낸 돈은 검찰수사 이후 다시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생명 같은 돈”이라고 말했다.
C씨는 “신천지가 돈으로 국민을 미혹하고 있다”면서 “사랑의 열매는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검찰수사 대상자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즉각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신천지가 기부 사실을 알릴 때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신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사랑의 열매는 신천지의 성금을 두고 반환을 논의 중이다.
모금회 측은 “신천지가 120억원을 입금했다는 것은 신천지 측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면서 “보통 거액을 기부할 때는 지원 분야와 시기를 사전에 협의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부 논의 중인데,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금회 측은 신천지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책임 문제에 따른 배상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기부금이 구상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