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2주 또 연기됐는데… PC방·코인노래방으로 흩어지는 학생들

입력 2020-03-05 11:08
서울 관악구의 한 PC방에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PC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는 와중에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전체 200석 중 100여석에는 대부분 청소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거나 턱 아래까지 내려둔 채 게임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중학생 이모(15)군은 “학교가 쉬니까 심심하고 갈 곳도 없다”라며 “매일 PC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까지 “PC방 등 다중이용업소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지만 10대들은 ‘갈 곳이 없다’며 PC방과 코인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연이어 10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다중이용업소에서는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경남 창녕에서는 코인노래방 직원인 6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손님이었던 10대 고등학생과 20대 남성이 뒤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2주 동안 200여명의 손님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은 10대 중학생의 동선에 PC방이 포함되기도 했다.

10대들은 자신들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작구의 또다른 PC방에서 만난 안모(15)군은 “솔직히 코로나19 안 걸릴 것 같으니 PC방이나 노래방이나 가는 것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라며 “마스크만 하면 충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모(15)군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PC방에만 있는 데 걸릴 거면 진작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한 코인노래방에 마스크나 마이크 위생커버 등이 치워지지 않고 방치된 모습.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방역 상태는 업소마다 제각각이었다. 국민일보가 이날 관악구와 동작구에 있는 PC방과 코인노래방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대다수 업소는 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해두는 정도의 조치에 그쳤다. PC방에서는 손님이 나갔을 때만 걸레로 키보드를 대충 닦는 수준이었다. 대부분 직원 없이 운영되는 코인노래방에서는 마스크가 바닥에 널브러진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PC방 아르바이트 허모(22)씨는 “손소독제 외에 특별히 방역하는 건 없다”라면서 “얼마 전 관리사무소에서 방역을 해주기는 했는데 이도 10분 정도 만에 끝났다”라고 말했다.

학교도 학생들에게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최근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확진자 동선에 PC방이 포함돼 주의를 당부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는 학교들도 많았다. 관악구에서 만난 한모(16)양은 “학교에서 다중이용시설 가지 말라는 전달을 특별히 받은 적 없다”라며 “오늘도 PC방에 4시간 넘게 있었고 주변 친구들도 PC방이나 노래방 그냥 다 간다”라고 말했다.

개학 연기를 결정한 교육부는 학생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학 연기에 따른 학사 일정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 권고 등 지침을 내렸다”라며 “학생들의 일탈까지 일일이 막기는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감염병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방이나 코인노래방 등은 밀폐된 공간이고 환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라며 “자발적으로 청소년들이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