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은 대구지방경찰청이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대구집회소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뒤 “수사는 원칙대로 할 뿐이다. 비판 여론은 우리가 생각할 것이 아니다”고 5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부터 나서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원하는 여론이 드높다고 수사를 촉구했고,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한다는 반응조차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구지검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지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구지검은 그간 “대구 지역은 방역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강제 수사는 자제하는 상황”이라고도 설명해 왔다.
전국 일선청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역할론에 대한 회의가 벌어진다고 한다. 추 장관이 인용한 86%의 수사 희망 여론은 수일 전부터 검사장들의 화두였다. 검찰 고위 간부들은 “방역에 도움을 줄 것이냐의 문제만 빼면, 신천지 수사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거나 “검찰이 인기를 얻고 싶으면 왜 수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직접수사 영역을 줄이라는 요구에 봉착했고, 누구보다 ‘환영 받는 수사’를 하고 싶어한 검찰 조직의 생리를 고려하면 신천지에 대한 수사 촉구 여론은 반가운 일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 체포나 신천지 집회장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코로나19 사태의 본질적 해결과 거리가 멀고, 수사의 실효성 차원에서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부터 “‘수사를 위한 수사’보다 ‘방역당국 행정에 협조할 수 있는 수사’가 돼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한 검찰 간부는 “여전히 불이 타는 화재 현장에서 누가 불을 냈는지, 누가 불을 키웠는지 찾는 것은 최우선적인 일이 못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사법처리된다면 근거는 신천지를 운영하면서 각종 불법행위를 한 것일 텐데, 그밖에 이번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직접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인지까지 증거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간부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던 전례를 회자하고 있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돼지머리 수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참사의 책임자로 유 전 회장이 지목됐는데, 시간이 흘러 이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적 원인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강제수사 이후의 분석 과정을 두고 제기된다. 한 검사장은 “압수물만 잔뜩 싣고 온다면 능사이겠느냐”고 말했다. 신천지의 자료들을 강제로 얻는다 하더라도, 이후 분석 과정에서는 내부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얘기다. 맹목적인 종교단체를 상대로 수사를 한다면 오히려 ‘귀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분에 따른 수사로 신천지가 더욱 움츠러들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생길 오류와 문제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신중론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방역 당국의 태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파견검사를 통해 긴밀히 소통하는 중인데, 중대본은 신천지의 ‘음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찰에 압수수색 유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수사 촉구의 근거로 쓰이는 명단 불일치에 대해서도, 검찰은 현재 중대본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협조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검찰도 전문가인 중대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국가적 상황”이라며 “일의 우선순위와 방식은 중대본의 방역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물밑에서 방역 당국에 협조하되, 필요한 대목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위해서라도 외부에 알리는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압박’ 기조의 수사는 마스크 매점매석·사기나 방역 당국에 대한 허위 진술, 가짜뉴스 등에 대한 범죄의 영역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돼지머리 수사’라는 자조적인 말이 남긴 했지만, 언젠가는 교주 이씨와 신천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현재 검찰청에 들어와 있는 많은 고발장들을 되짚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고발장은 교주 이씨뿐 아니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들어와 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