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한국내 점포 200곳 연내 폐쇄…과거 성공 경험 다 버린다”

입력 2020-03-05 10:49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안에 한국 내 백화점, 양판점, 대형마트 등 총 20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고, 호텔·석유화학 부문의 인수합병(M&A)를 통해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작년 10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신 회장이 국내외 미디어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 판결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주력인 국내 대형 마트(슈퍼)와 양판점(전문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슈퍼는 536곳 중 대형점 중심으로 20%, 양판점은 591곳 가운데 20% 정도,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이 폐쇄 대상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3∼5년 내 200여개 점포 순차적 정리’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해당 사업 재조정 작업은 연내 시작되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롯데쇼핑 영업 이익이 지난 5년간 3분의 1로 감소하면서 신 회장이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타개책으로 인터넷 사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자회사가 별도로 관여해온)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인사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40%에서 최고경영자를 젊은 층으로 바꾼 것에 대해선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종전처럼 오프라인)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닛케이는 신 회장이 언급한 대로 롯데는 지난 2월부터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다루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한 새로운 서비스 ‘롯데온’을 일부 시작했고, 백화점이나 슈퍼, 가전양판점 등의 가까운 매장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본격 전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또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많은 기업이 이와 유사한 전략을 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고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선진국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호텔과 화학 부문의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신 회장은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화학 분야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유통이 주축인 롯데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면서 신 회장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롯데를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재벌 총수로서의 능력 검증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제과 사업을 영위하는 일본롯데를 향후 2년 이내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는 “이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