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한 분들이 있습니다” 119 오늘도 대구를 달린다

입력 2020-03-05 10:34 수정 2020-03-05 11:44
코로나19 확진자 이송업무를 끝내고 돌아온 한 119구급대원이 잠시 구급차에서 내려 고글을 벗고 있다. 김현진 전남 담양소방서 소방교는 "고글과 마스크가 땡기는 느낌을 받으며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매일 오전 8시30분이 되면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 앞 주차장은 분주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모인 구급대원 220여명은 방호복을 입고 구급차에 시동을 걸고 기다린다. 상황실 근무자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주소와 목적지가 적힌 쪽지를 건네면 운전대를 잡고 내달리기 시작한다.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 인근 주차장에 마련된 119구급차 대기소. 구급대원들은 상황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주소와 목적지가 적힌 쪽지를 전달받으면 바로 출동한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전남 담양소방서에서 대구로 파견 온 119구급대원 김현진(35) 소방교가 겪는 아침 일상이다. 지금 대구에선 김 소방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온 220여명의 구급대원들이 격일로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업무에 투입된다. 그는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루 종일 입는 방호복과 고글 때문에 눈에 습기도 차고 땀도 많이 나 운전이 쉽지 않다”면서도 “더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모른 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8년차 구급대원인 김 소방교가 맡은 임무는 코로나19 확진자를 거점병원이나 집결지 등으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3명이 한 조를 이뤄 타는 구급차지만 지금은 인력 부족과 구급대원 감염 등의 이유로 1명만 탑승한다. 파견 온 구급대원들은 경증 확진자를 맡아 이송한다. 집 앞에 구급차를 주차하고 문을 열면 확진자가 스스로 탑승해 문을 닫은 뒤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는 “확진자를 직접 접촉하는 방식은 아니라 감염 위험은 적다”면서 “이송하면서 인터폰으로 ‘힘내라’고 말을 걸고 싶을 때도 있다”고 웃었다. 확진자들은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버스로 옮겨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대구에 파견된 119구급대원들이 달서구 두류정수장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증증 확진자는 대구 지역 구급대원들이 맡는다. 신재성(41) 소방위는 “중증 확진자들은 언제든 위독해질 수 있어 시도때도 없이 출동이 잡힌다”면서 “지난 2일에는 자정 넘어 퇴근했고 어제도 새벽까지 출동했다”고 말했다.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다른 지역 거점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일에도 경북 영주와 성주, 대전에 ‘급하게 병상이 확보됐다’는 연락이 와 환자를 옮겼다. 대구소방본부는 4일에만 확진자 470명을 옮겼다고 밝혔다.

이송 임무를 마친 119구급대원이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구급대원들은 방호복을 입어 움직임이 둔한 상태에서 세차하듯 소독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이송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구급차를 소독하는 작업이 기다린다. 소방복 위에 방호복까지 입고 구급차를 소독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고 한다. 김 소방교는 “얼굴 위는 고글, 코 아래는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은 채 소독을 하면 땀이 난다”면서 “하루 종일 답답한 방호복 아래서 마스크와 고글에 쪼이면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업무에 투입된 119 구급대원들이 서로의 방호복 표면을 소독해 주고 있는 모습. 신 소방위는 "감염을 이유로 말할 순 없지만 묘한 전우애를 느낀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구급대원들은 대부분 대구 내 숙박업소에서 지낸다. 쉬는 날에는 감염을 우려해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식사도 지정된 장소에서만 해결한다. 쉬는 날 오가며 만나는 다른 대원들과는 감염을 이유로 대화를 하지 않지만 묘한 전우애를 느낀다고 했다. 신 소방위는 “우리 대구 일인데 팔 걷어 도와주러 온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119구급대원들만 병마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사설 이송업체들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수집 임무에 투입됐다. 공중보건의와 응급구조사, 운전기사가 팀을 이뤄 한 차량에 타고 출동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집집마다 방문해 검체를 채취하고 그 이후론 대상자를 직접 보건소까지 실어나른다. 한 대구 소재 응급이송업체 관계자는 “점심시간만 빼곤 계속 돌아다닌다고 보면 된다”며 “못해도 하루 20건 이상 처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윤태 송경모 김이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