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반려견 코로나19 감염 확인…“사람→동물 첫 전파”

입력 2020-03-05 09:19 수정 2020-03-05 11:04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당국은 사람과 동물간의 코로나19 첫 번째 감염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홍콩 농수산보호부(AFCD)는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포메라니안종 반려견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AFCD가 해당 반려견을 지난달 28일 보호시설에 격리한 후 몇 차례 검사를 시행한 결과 모두 약한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검사 결과를 고려할 때 이 반려견이 ‘약한 수준’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AFCD는 추정했다.

당국은 이 반려견이 코로나19가 사람과 동물 간 전파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반려견은 코로나19 관련 증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건강한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홍콩 당국은 모든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동물을 14일간 격리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퍼뜨리거나 관련 증상을 보인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반려동물 주인들은 감염 예방에 힘쓸 뿐 절대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당국이 이처럼 강조한 것은 최근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반려견을 죽이는 일 등이 잇따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서는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쇠몽둥이로 주인이 보는 앞에서 반려견 두 마리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으며, 광둥성 둥관에서는 목줄이 풀린 개를 도살한 사람에게 ‘장려금’을 준다는 공고까지 붙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도 반려동물이 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으나, 인간에게 전파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콩시립대 바네사 바스 교수는 “사스 때도 반려동물이 사스에 감염된 사례가 여러 건 있었으나, 개나 고양이가 관련 증상을 보여 아프거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퍼뜨린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례는 코로나19가 개에게 전파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점은 이 개가 아프지 않았으며,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 병을 전파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