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중도’ 결집 위해 사퇴…워런, ‘진보’ 위해 사퇴 ‘저울질’

입력 2020-03-05 08:13 수정 2020-03-05 08:24
‘억만장자’ 블룸버그…후보 전격 사퇴하며 바이든 지지
블룸버그, 바이든 승리 막는 ‘스포일러(방해 후보자)’ 부담
바이든, ‘슈퍼 화요일’ 대승 이어 천군만마 얻은 격
바이든, 美민주당 중도 단일후보…블룸버그 재정 지원도 기대
워런, ‘진보 단일화’ 위해 후보 사퇴 여부 ‘장고’
‘중도’ 바이든 대(對) ‘진보’ 샌더스…양자 대결 가능성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경선 후보 사퇴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중도’를 대표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진보’를 상징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의 양자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도 진영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 선언을 하며 경선 후보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경선을 계속할지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12위 부자인 억만장자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민주당 경선 레이스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 14개주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실시됐던 3일 ‘슈퍼 화요일’ 부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블룸버그는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키는 건 (승리) 가능성이 제일 큰 후보 뒤에서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고 언제나 믿어왔다”면서 “어제(슈퍼 화요일)의 투표로 그 후보는 내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5억 6000만 달러(6600억원)의 광고비를 쏟아 붓고 씁쓸한 퇴장을 하게 됐다. 블룸버그 입장에선 자신이 바이든의 표를 갉아먹어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유력 후보의 당선에 지장을 미칠 정도의 득표력을 갖춘 ‘스포일러(방해 입후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3일 실시된 캘리포니아주 경선에서 바이든(24.9%)과 블룸버그(14.3%)의 득표율을 합치면 샌더스(33.6%)를 누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사퇴는 바이든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슈퍼 화요일 대승만큼이나 희소식이다. 블룸버그까지 퇴장하면서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단일후보가 됐다. 또 억만장자 블룸버그의 재정적 지원은 바이든 선거운동에 숨통을 트여줄 가능성이 높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선거 유세를 갖고 있다. AP뉴시스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각각 슈퍼 화요일 직전인 지난 1일과 2일에 후보 사퇴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반(反) 샌더스’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급진 좌파’라는 공격을 받는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중도 성향 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퇴장을 선택했다. 이들에 이어 블룸버그까지 사퇴하면서 ‘반 샌더스 연대’는 완벽하게 구축됐다. 이제 남은 중도 성향 후보는 바이든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맞선 민주당 내 진보 진영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생각보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 워런 상원의원도 사퇴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워런 선거캠프 책임자인 로저 라우는 캠프 참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슈퍼 화요일 결과가 실망스럽다”면서 “워런은 시간을 갖고 이 싸움을 계속하는 옳은 방법에 대해 깊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우는 이어 “이 결정은 워런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워런은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는 “워런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면서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워런이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홈그라운드’ 매사추세츠주에서 바이든에 패배한 것이 중도 사퇴를 고민하게 된 계기라고 CNN은 전했다. 중도 세력이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치자 민주당 내의 진보 진영에서 “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샌더스를 단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며 워런에 사퇴 압력을 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워런이 중도 사퇴를 하고 샌더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럴 경우, 한 때 28명까지 출사표를 던져 후보 난립 현상이 빚어졌던 민주당 경선은 바이든과 샌더스 간의 양자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워런이 경선 완주를 하거나 레이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바이든을 지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