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국이 한국인 입국제한 날 강경화 장관이 한 말

입력 2020-03-05 06:32
YTN 뉴스 화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가 하루 만에 4곳이 늘어 4일 오후를 기준으로 모두 95개국으로 집계됐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인 입국 제한 국가들에 대해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오후 10시 기준 한국발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95개국이다. 덴마크와 방글라데시, 부룬디, 적도기니, 코스타리카가 추가됐고 라트비아는 제외됐다. 유엔 회원 193개국 가운데 49%의 비중을 차지한다.

입국 전 14일 내 한국 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모두 40개국으로 늘었다. 적도기니가 추가됐고 짐바브웨와 카타르는 격리에서 입국 금지 조치로 격상됐다. 인도도 4일부터 한국인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면서 사실상 금지 조치를 내렸다. 싱가포르는 입국 금지 대상 지역을 대구와 청도에서 한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나우루 ▲레바논 ▲마다가스카르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몽골 ▲비누아투 ▲바레인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사우디 아라비아 ▲세이셸 ▲싱가포르 ▲앙골라 ▲엘살바도르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인도 ▲자메이카 ▲적도기니 ▲짐바브웨 ▲카타르 ▲코모로 ▲쿠웨이트 ▲쿡제도 ▲키르기스스탄 ▲키리바시 ▲터키 ▲투발루 ▲트리니다드 토바고 ▲팔레스타인 ▲홍콩 등 36곳이다.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 출발한 여행객의 입국 금지 국가는 ▲몰디브 ▲일본 ▲피지 ▲필리핀까지 4개국이다. 반면 베트남은 일부 입국 금지에서 격리로 조치를 완화했다. 필리핀은 대구‧경북 방문자 입국 금지에 이어 중남부 네그로스 오리엔탈주 전 지역에 입국하는 한국인에게 대구‧경북 거주자가 아니며 입국 전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내용 증명을 못 할 경우 14일간 자가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입국 제한 국가는 모두 55개국이다. 이중 한국발 여행객을 격리 조치한 방법으로 제한한 국가는 모두 22개국이며 격리는 아니지만 검역을 강화한 곳은 33개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외교력을 탓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각국의 입국 제한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특단의 대응책을 외교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스로 방역 능력이 없는 나라들이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강 장관은 4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날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 항공기가 이미 출발한 뒤 급히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부당한 조치에 대해 외교당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었고 강 장관은 “이미 출발한 비행기를 회항토록 한 데 대해서는 굉장히 비우호적이고 일방적인 처사라고 생각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답했다.

출발 뒤 입국 제한 조처를 한 국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지난달 29일 이륙한 하노이발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을 불허해 결국 회항했다. 강 장관은 이어 “방역 능력이 없는 나라들이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실추된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의 물음에 “여러 나라 장관과 통화했는데 ‘스스로의 방역체계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에 (입국 제한을) 한 것이고 한국과의 우호 문제와는 정말 관계가 없다. 하루속히 상황이 정상화돼 제한 조치를 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외교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한국이 왕따를 당한다거나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초기 중국인 입국 금지하지 않은 것이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전면 하단을 해도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 사람은 경유하든, 불법적인 방법으로든 한국에 들어온다”며 “그 경우 오히려 관리망에서 벗어나 (차라리 입국을) 받아들이되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국제기구의 권고였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우린 방역능력이 대단해서 확진자 속출 사망자 속출하냐” “외교부 수장이 외교적으로 결례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한다” “감염원을 최대한 막는 게 방역인데, 방역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