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빨라도 97세 출소… 사실상 무기징역자의 옥중서신

입력 2020-03-04 19:22 수정 2020-03-04 19:33

박근혜(68)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선고 받은 형량을 합치면 징역 32년에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2017년 3월 31일부터 구금일수를 따지면 97세가 되는 2049년에야 형기를 마치는 셈이다. 법조계는 그가 사실상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이 조기에 수감 생활을 끝낼 방법은 가석방 또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다. 그러나 가석방을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해 앞으로도 수년간의 수감이 불가피하다. 특별사면 역시 형의 선고가 확정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사건들이 잇따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며 여전히 형이 확정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크게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불법 선거개입까지 3가지 사안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가운데 국정농단,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 중이다. 불법 선거개입 사건(공직선거법 위반)은 2018년 11월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박 전 대통령과 검찰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가 심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을 하게 한 혐의(뇌물수수), 직권을 남용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대기업들에 출연금을 강제한 혐의(직권남용) 등에 대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 24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9일 “1·2심 재판부가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 등 죄를 범한 때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어겼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서 맡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역대 국정원장들에게서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 25일 열린 국정원 특활비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8일 “무죄로 인정한 일부 국고손실 혐의와 뇌물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형기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말이면 박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이 된 지 만 3년이 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새벽 구속돼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지낸다. 그는 허리디스크와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며 재판에 잘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2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수형 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다”며 불허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과 31일 두 차례 열린 공판에도 건강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서 무죄 부분이 추가된 건 없다”며 “형기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