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가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날 “코로나19의 근원을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향후 자국에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원지 회피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개별 매체가 어떤 근거도 없이 코로나19를 멋대로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는 것은 중국에 전염병을 만든 나라라는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바이러스’에 반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자오 대변인은 “현재 바이러스 발원지를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여러 차례 코로나19는 세계적 현상이며 발원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의 발언도 거론했다. 중 원사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오 대변인은 “지금은 바이러스를 어떻게 억제할지에 관심을 쏟아야 하며 지역을 오명화 하는 말은 피해야 한다”며 WHO가 ‘COVID-19’라고 명명한 것도 병명이 국가나 지역과 관련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루머와 편견을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일 바이러스 방역 연구가 진행 중인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 의학원을 시찰한 자리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바이러스 근원 조사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이 어디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전염됐는지를 분명하게 밝혀내고 정확도와 검사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 중국 관영 매체들과 학계는 코로나19 발병이 중국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을 쏟아내 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올겨울 독감으로 1만8000명이 숨진 미국을 발원지일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미국을 향해 독감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