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세운 ‘권향엽 후보’ 토론 불참 논란···깜깜이 경선

입력 2020-03-04 18:05 수정 2020-03-04 20:36

“대통령님의 후광도 경쟁력입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경선 한달 여를 앞두고 고향인 전남 광양에 내려와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워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권향엽(사진) 예비후보가 내세우는 선거 전략이다.

권 예비후보는 최근 지역의 한 방송사와 언론사가 경선 후보자의 자질 검증을 위해 주최한 정책토론회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전남 광양·곡성·구례 선거구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을 갖지 못한 채 깜깜이 경선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정하게 됐다.

권 예비후보는 4일 “더불어민주당 이미지와 경선 후에 치러 질 본선에서의 여파 등을 고려해 결코 민주당의 중앙당 정책과 이미지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 토론회에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본선이 아닌 경선과정에서 같은 당 후보 간의 토론이 벌어질 경우 서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격론과 상호 비판이 벌어질 게 뻔히 예상되고, 심한 경우 상호 비난에까지 이르게 될 소지가 있는데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동용 예비후보(사진)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비서관 경력과 대통령님 사진만 앞세우고, 정책과 공약에 대한 토론은 무시한 채 국회의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이는 지역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다”면서 “급하게 내려와서 지역을 모른다고 자인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권 예비후보가 ‘본선에 앞서 전략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토론에 불참 한다는 것은 저 서동용의 기회 또한 빼앗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 간 정책토론회는 코로나19 정국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알권리 차원의 유용한 소통수단이다”면서 “언론사에서 제안한 정책토론회를 매번 말을 바꿔가며 거절하고, 전화인터뷰도 거절한다는 것이 사실이냐?”며 권 후보에게 마지막으로 정책토론회 참여를 촉구했다.

서 예비후보는 특히 “최근 후보 심사에서 컷오프한 한 후보는 급조한 낙하산 후보를 위한 중앙당의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면서 “이와 함께 공정관리를 해야 할 일부 당직자들이 지역 당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도우라며 요청한다는 당원들의 항의가 들려온다”며 공정 경쟁을 이어갈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서동용 예비후보가 권 예비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유권자들은 권 예비후보가 정책토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서 예비후보가 언론 등을 이용해 비판 수위를 높이며 지지세를 끌어 올리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광양·곡성·구례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막바지에 상대 후보를 찍어내리며 혼탁 경선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광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