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사위 답변 태도에 야당 의원들 “싸우러 왔냐”

입력 2020-03-04 18: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여준 답변 태도로 논란을 빚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싸우러 왔냐”며 추 장관의 태도를 비판했고 여당에서도 “조심해달라”는 당부가 나왔다.

쟁점은 추 장관이 지난달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 역학조사 방해·거부 등 불법행위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강력 대처하라고 지시한 발언이었다. 정점식 통합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압수수색을 지시한 전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특정한 사건이라기보다 이것은 공중보건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긴급한 사태”라며 “전파 차단을 위해 국가기관이 합심해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의 86%가 (압수수색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추 장관은 장제원 통합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고성을 거칠게 주고받으며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장 의원은 “압수수색을 다 알리고 하느냐. 신천지가 명단을 치우면 어쩔 것이냐”며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해야 할 일이지 법무부 장관이 나댈 일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장 의원은 또 “세간에서 ‘추미애는 민주당 엑스맨’이라고 한다”며 “발언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는 굉장히 오만해 보이고, 문재인 정권 지지율 하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추 장관이 소년원 재소자들에게 세배받는 모습을 담은 홍보 영상물을 회의장에서 틀어 보이며 비난을 이어갔다. 장 의원은 “대한민국 법무부는 아첨하는 사람만 모였느냐”며 “추 장관 대권후보 만들면 기조실장은 뭐 하기로 했느냐”며 비아냥댔다.

결국 추 장관은 못 참겠다는 듯 “듣기 민망하다”며 “그만하시죠”라고 장 의원의 발언을 잘랐다. 또 “영상 취지를 잘라서 편집하고, 왜곡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 아닌가”라며 발끈했다. 추 장관은 “왜 나대느냐 하는 표현은 법사위원장이 제지해달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팔짱을 낀 채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 장관은 오신환 통합당 의원 질의를 들을 때 팔짱을 낀 채 듣는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오 의원은 “5선 의원을 했는데 왜 답변할 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느냐”며 “싸우러 온 것 아니잖냐”며 답변을 요구했다. 추 장관은 “(의원이 질문을 다 하면) 답변하겠다”거나 “제가 답변하면 싸우려고 한다고 하잖나”며 버텼다. 이에 정갑윤 의원이 “지금 장관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싸움 한판 하자는 인상을 준다”며 “회의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은 또 민생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잠깐 딴 생각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적당하기도 했다.

추 장관의 이런 태도에 여당 의원들도 우려를 표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국회의원 선배지만 이 자리에선 의원들과 다투는듯한 모습은 조심하고, 유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일이 커진다”며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